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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LG전자, 美 제품에 "소송 금지" 경고 문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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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포장에 재판 아닌 '중재 직행' 고지

뉴저지 등 일부에서 '방탄' 역할 톡톡

"상자에 일방적 문구, 효력 따져봐야"

아주경제

미국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의 냉장고 상품 박스. NBC보도에 따르면 상품 박스에는 '중재합의'가 명시돼 있다. [사진=NBC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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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 냉장고의 결함을 두고 소비자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제품의 상자에 법원 소송을 막고 대신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고지를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제품에 대한 해외 집단 소송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에 대한 일방적 고지여서 결국 현지 시장에 국내 제품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아주로앤피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미국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LG전자 냉장고의 결함 문제를 제기하면서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LG전자가 상품 상자와 설명서 등에 중재 조항을 명시했다는 점이 NBC를 통해 보도됐다.

LG전자는 냉장고 포장 박스에 영어로 “제품으로 인해 소비자와 LG 간에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일반 법원이 아닌 구속력 있는 중재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와 LG 모두 ‘배심원 재판에 대한 권리’와 ‘집단 소송을 제기하거나 참여할 권리’를 포기한다는 뜻”이라고 명시했다.

제품을 산 소비자가 박스의 경고 문구를 읽어봤을 것이므로, 나중에 제품에 문제가 생겨도 ‘소송 포기’에 동의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재란 분쟁을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않고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제3자를 중재인으로 선정해 중재인의 판정에 맡기는 대체적 분쟁 해결제도 중 하나다. 중재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소송과 달리 단심제라 상대적으로 비용 및 시간 소모가 적고, 중재 판정도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분쟁을 중재에 의해 해결하기로 하는 '중재합의'가 있어야 중재신청이 가능하다. 포장 상자에 중재조항을 써 둔 것이 소비자와 LG전자 간의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해 LG전자 가스·오븐레인지 결함에 따른 소비자법 위반 소송에서 뉴저지 주 연방 법원 재판부가 (상품 상자에 중재조항을 써 둔 것을) 적법한 고지로 인정하고 중재재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매번 제조사와 소비자가 중재 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니 제조사가 상품에 표기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분쟁 해결 방법을 상품 박스에 표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저지 지방법원에 따르면 존 마이클 바스케즈 판사는 지난해 4월 "LG전자 가스·오븐레인지 상자와 설명서 등에 중재 조항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원고가 적법하게 사전 통지를 받았다"며 소비자법 위반 소송과 관련해 중재 절차를 신청한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판례를 보면 해외 수출업체는 박스에 ‘소송 금지’ 조항을 넣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이런 고지가 일종의 부합계약(adhesive contract) 즉 소비자가 피할 수 없어 협상이 불가능한 내용이며, 따라서 법적 효력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중재는 양 당사자간의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상품 상자에 중재조항을 일방적으로 적어놨다고 해서 이를 중재조항으로 보기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B변호사도 "당사자 사이에 중재에 관한 '진정합 합의'가 있어야 있어야 하는데, 양 당사자가 계약서에 서명한 경우와 달리 단순히 상품 상자에 이를 안내하고 소비자가 인지를 한 것을 두고 진정한 의사의 합치로 볼 수 있느냐는 따로 판단해 봐야 할 문제"라며 "실제 미국에서는 이러한 중재합의의 유효성에 관한 소송이 많이 있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NBC로스앤젤레스 등 지역 방송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서 소비자들을 대리한 아자르 무자리 변호사는 "LG전자가 냉장고에 사용된 리니어 컴프레셔에 대해 10년 보증을 제공하고 20년 내구성이 있다고 했으나 실제 수명은 10년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LG전자 측은 "결함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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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e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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