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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日 정부 주도 AI 패권 야심 속 소프트뱅크 88조원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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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업 부진에 '수비 중심' 경영서 전환

英자회사 '암' 통해 AI칩 25년 생산 목표

유럽등 데이터센터 구축에 산업용 로봇도

자체 자금에 펀딩 등 외부투자 총 10조엔

손, 기술패러다임 변화맞춰 주력사업 전환

"과감한 베팅 손, 이번엔 난도 높다" 평가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인공지능(AI) 분야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최대 10조 엔(약 88조 원)을 투자한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과 소프트뱅크의 추가 지분 확보를 압박하며 국가적인 AI 산업 패권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 가운데 SBG의 대규모 투자와 이 과정에서의 일본 정부의 실탄 지원은 더욱 눈길을 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손정의 SBG 회장 주도의 AI 혁명 사업이 AI용 반도체 개발·제조, 데이터센터 건설, 로봇 사업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이 프로젝트에 최대 10조 엔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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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투자 사업 부진으로 ‘수비 중심’의 회사 운영에 주력했던 손 회장은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투자 사업 손익 개선과 맞물려 ‘공격적인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나서는 분위기다. 2022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 1조 엔 가까운 영업적자를 낸 SBG의 실적은 이달 13일 발표가 예정된 2023 회계연도에서는 큰 폭으로 개선돼 수중 유동성이 충분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SBG의 스타트업 펀드인 비전 펀드는 최근 자산을 상당 부분 매각하고 AI와 반도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손 회장이 한때 집착한 벤처캐피털 투자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AI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전환하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AI 반도체다. SBG는 AI 전용 반도체의 개발·제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처럼 자사 공장을 가지지 않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형태로 시작해 내년 봄 시제품을 완성하고 가을에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칩 개발은 SBG가 약 90%의 지분을 쥔 영국 반도체 설계 대기업 암(ARM)에 관련 부문을 신설해 사업을 전개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닛케이는 “수천억 엔 규모가 예상되는 개발 자금은 ARM의 자기 자금과 SBG의 지원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에 대량생산 체제가 확립되면 개발 부문을 ARM에서 분리해 SBG 산하에 두는 것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는 대만 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에 맡긴다. 이미 TSMC를 비롯한 주요 기업과 논의해 생산 범위 목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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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프레지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00억 달러 수준의 AI 반도체 시장은 2029년 1000억 달러를 넘어 2032년 20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AI용 반도체 점유율 1위는 엔비디아지만 확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SBG는 자사의 수익 확대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손 회장의 구상은 AI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손 회장은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AGI를 언급하며 “AGI가 운수·제약·금융·제조·로지스틱스와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확장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SBG는 2026년 이후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유럽·아시아·중동에 짓는다는 구상이다. 대량의 전력이 필수인 사업인 만큼 발전 분야에도 함께 진출한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 펀드 산하 기업과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SBG는 각 사업 확장 과정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추진하고 수조 엔의 자기 자금도 투입할 방침이다. 중동 국부 펀드와 외부 출자금 등까지 합쳐 총 10조 엔의 실탄을 쏜다.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를 정비하는 데는 일본 정부가 총금액의 3분의 1인 최대 421억 엔(약 3700억 원)을 지원한다.

한편 손 회장이 이끄는 SBG는 그동안 기술 진전과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여러 차례 주력 사업을 전환해왔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 기반 사업을 전개하다가 2000년대 후반 모바일 사업에 힘을 쏟았고 2017년 비전 펀드 운용 개시 이후에는 투자 사업에 주력했다. ‘새로운 방향타’로 AI를 내건 가운데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닛케이는 “AI 반도체 개발과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앞으로 인력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해 거액의 투자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차례 과감한 베팅을 하며 지금의 SBG를 일군 손 회장이지만 이번 구상의 경우 실현 난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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