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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법원 판단’ 앞둔 이번 주, 의대 증원 분수령···결과 어떻든 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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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하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이번 주 중으로 결정을 내릴 전망인 가운데 12일 서울고등법원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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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여부를 결정할 법원 판단이 이번 주에 나온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되고 정부 방침에 강경 반대해온 의료계 집단행동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정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 계획을 일단 접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려 사태가 급변할 수 있다. 다만 법원 판단 여부와 별개로 의·정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의료공백 사태가 단기에 수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2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 결정을 오는 13~17일 사이 내릴 전망이다. 앞서 서울고법 재판부는 정부에 ‘의대 증원 2000명’의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집행정지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법원의 요청에 따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라고 했던 연구 보고서 등 총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지난 10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원의 판단은 사실상 내년도 의대 증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대입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확정해야 하는데,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양측 모두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 결정까지 거쳐 이달 안에 결정을 뒤집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확정 수순을 밟게 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일 전국 의대가 제출한 증원 규모가 1469~1509명이라고 이미 공개했다. 각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했는데, 법원 결정 이후로 개정을 미룬 대학들도 기각 결정이 나면 학칙 개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학칙 개정이 마무리되고 대교협이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 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한다.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의료계는 집단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사라진다. 전공의가 이탈한 지 석 달이 다 돼가지만 상급종합병원이 비상 진료체계로 운영 중이고, 교수들이 집단사직과 휴진에 나섰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선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황을 뒤집을 추가적인 ‘압박 카드’도 없다.

장기화하는 병원 이탈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전공의들은 ‘복귀 명분’이 생겨 돌아올 수도 있다. 특히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공의 3·4년차는 이달 20일 전후가 되면 수련 기간 공백이 3개월을 초과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온 뒤 대대적인 전공의 지원책 등 유화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공의의 복귀를 확신하긴 어렵다. 전공의 상당수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해 ‘1명도 늘릴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동료들의 눈길이 부담돼 집단행동에서 이탈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내년도 증원이 확정된 것에 대해 더 큰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향신문

지난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5월 휴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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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다면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정부는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내후년인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두고 의료계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의료계가 ‘증원 유예’가 아닌 ‘원점 재검토’를 줄곧 주장해온 만큼 의·정 협의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년 유예’를 조건으로 과학적 재추계 등 대안을 마련해 의료계와 협상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도 있지만, 범의료계협의체 구성 등 의료계 창구 일원화를 주도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현 집행부가 강경파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강경파인 의협과 전공의들은 법원이 제동을 걸었는데도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을 계속하려는 시도 자체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의 반전과 정책을 바꿀 여지가 생겼다고 판단한 전공의들도 일단 사태를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의료공백 장기화와 환자들 피해는 불가피하다.

의료계는 법원이 정부에 먼저 인용 여부 결정 전까지 증원 절차 중단을 요청한 만큼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원 판단을 앞두고 정부가 지난 10일 제출한 ‘과학적 근거 자료’에 대한 검증도 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는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적으로 꾸린 검증위원회의 ‘2000명 과학성 검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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