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교수 |
3월 한때 1억원을 뛰어넘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4월 이후 8000만원 초반으로 20~25%나 급락했다. 시장 의견은 '저점 매수 기회'라는 낙관론부터 '추가 하락'을 경고하는 비관론까지 다양하다. 우선 하락 요인부터 살펴보자.
시장에서 공통으로 얘기하는 가장 중요한 하락 요인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퇴조'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3.5%)이 시장기대를 웃돌면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데다, 심지어 시장에서 올해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현재보다 먼 미래 현금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기술주' 성격으로 본다. 따라서 금리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대단히 높아서, 이번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물 건너가면서 급락했다는 평가다.
둘째, '본격적인 기관자금 유입의 불발(不發)'이다. 당초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올해 예상됐던 기관자금 유입은 500~1000억달러(66~133조원) 규모였다. 하지만, 1~4월간 유입자금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주), 비트코인 채굴회사 등과 관련한 헤지펀드(순유입 289억달러, GBTC 물량 제외) 중심이었고, 블랙록 등 본격적 기관투자자금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금리상승 부담이 컸던 4월 말, 5월 초엔 연속 7일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순유출까지 발생했다.
셋째, 일본 가상자산거래소 '마운트곡스'의 채권 상환(비트코인 21만개:14조원)이 임박한 점도 요인 중 하나다. 법원 판결에 따라 상환개시는 10월부터 약 6개월간 지속될 예정인데, 시장에선 이에 대한 경계 매물로 가격하락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외 미국에 이어 승인된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1~3월간 2배 반이나 급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도 한몫했다는 의견이다.
전망은 어떤가.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단기 조정, 중장기 상승세'가 보다 다수인 듯싶다. 개인적으로도 2~3개월의 조정과 반등 모색 기간 후에는 중장기 상승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전망 역시 가장 큰 영향 요인은 미국 금리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인데, 결국 미국 소비자물가의 안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중동사태로 원유·원자재가격의 상승 부담이 있는 데다, 미국 서비스가격도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어, 미국 물가하락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중립 또는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이다. 하지만 파월 미 연준의장이 시장 불안을 의식해서인지 '금리 인상 배제' '물가보다 고용 중시'를 적극 밝히고 있어, 물가가 2%대에 진입하지 않더라도 실업률 상승 또는 성장률이 하락하면 금리인하(예:8월 또는 9월 공개시장위원회)가 가능할 거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종합하면 물가는 몰라도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단 점에서 중장기로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둘째, 기관자금 유입은 '기대 미달'을 벗어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하려면 상품개발 및 승인 의사결정, 판매 등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대체로 최소 1~2분기 소요된다고 보면 하반기 이후론 비교적 다양한 기관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ETF가 재차 순유입(5월 3일 5.3억달러)되고 있고, 블랙록의 디지털자산 책임자인 로버트 미치닉(Robert Mitchnick)에 의하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의 NBIM(1.6조달러)이나 싱가포르의 테마섹 등과 같은 연기금 등도 참여할 전망이라고 한다. 강한 중장기 플러스 요인으로 판단한다. 셋째, 이번의 반감기 효과는 과거의 3차례 반감기 때(2012년, 2016년, 2020년)와는 달리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선반영 여부에 관계없이 수요 대비 공급 증가 속도가 줄면 결국 가격상승 요인이란 점에서, 중장기 플러스 요인이다. 참고로 비트코인과 종종 비교되는 금의 경우 연평균 공급이 약 2%씩 늘고 있는 데 반해, 비트코인은 이번 4번째 반감기 이후론 공급 증가율이 연 0.8%로 떨어질 전망이어서, '디지털 금'이라는 비트코인의 상대적 가치가 그만큼 높아질 전망이다. 홍콩 외에 영국도 비트코인 현물상장지수증권(ETN)을 검토하고 있는 점, 트럼프 당선의 경우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비트코인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 등도 중장기 플러스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마운트곡스'의 채권 상환압력(14조원)이라든지, 비트코인·이더리움 외의 가상자산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가상자산의 시스템 위험이 비트코인 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점 등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요인이 우세하다고 본다. 6~7월까지 단기 조정, 그 후는 재반등해 중장기 상승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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