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되지 않는 과일이 물가올렸다’ 부처간 논쟁
4월 소비자물가 2.9%에 농식품부, 과일기여도 과대표 주장
통계청, 제철 아닐 땐 보합기간 정해 물가반영···미미한 수준
하우스작물로 제철 의미 희석···물량 많은 제철에도 가격 상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통되지도 않는 과일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절반이 넘는다.”(농림축산식품부)
“과일지수 변동을 최소화한 통계로 사실에 맞지 않는 설명이다.”(통계청)
지난주 관가에선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농식품부와 물가지표를 매달 발표하는 통계청 간 때 아닌 ‘제철과일’ 논쟁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농식품부는 제철이 아니라서 시중에 유통도 되지 않는 과일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 될 수 있냐는 논리입니다. 반대로 통계청은 유통이 되지 않더라도 품목별 가중치를 둬 전체 물가지표에 가격 변동률을 적용하고 있어 특정 과일을 빼버리면 오히려 통계오류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양쪽 논리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먹지도 않는 과일이 물가를 끌어올린다니 농식품부는 억울할 만 하고, 통계청 입장인 먹지 않는다고 가중치를 적용한 특정 과일을 때마다 제외하면 1년 전체 물가 흐름이 말 그대로 울퉁불퉁해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양쪽 논리가 틀린 게 없는데 간과한 게 있습니다. 제철이 오면 해당 과일 값이 떨어지냐는 겁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먹지도 않는 과일이 물가주범…“이상하다”는 농식품부
상황이 이렇자 지난 7일 농식품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농식품 소관 먹거리 물가의 기여도는 1.33%포인트로 전월보다 0.11%포인트 낮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2.9% 상승률 중 1.33%포인트 정도만 농식품 먹거리가 끌어올렸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농식품부는 과일 중 계절품목으로 현재 유통되지 않는 품목들을 제외하면 실제 과일의 물가 기여도는 0.24%포인트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과일 중 귤(0.14%포인트), 복숭아(0.06%포인트), 수박(0.04%포인트), 포도(0.03%포인트), 감(0.02%포인트), 체리(0.01%포인트)는 계절품목으로, 이들 기여도를 합하면 0.3%포인트 가량이 됩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사과와 배 등 품목이 물가를 끌어올렸는데, 지난달 기준 유통이 거의 되지 않는 과일 가격이 통계에 잡힌 탓에 과일이 전체 물가에서 과하게 대표됐다는 것입니다.
━
제철 과일 만으로 물가계산 안돼···“문제없다”는 통계청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은 458개입니다. 이 가운데 각 품목은 상대적인 중요도에 따라 전체 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농식품부 주장대로 제철 과일이 아닐 경우 통계청은 보합 기간의 품목으로 지정합니다. 보합 기간이란 계절성 때문에 가격을 직접 조사할 수 없는 시기에 다른 비슷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을 대입해 물가 상승률을 추론하는 기간을 지칭합니다. 보합 기간이 있는 품목은 농수산물 11개 품목과 공업제품 6개 등 총 17개입니다. 과일로 보면 복숭아(10~6월), 수박(9~4월), 참외(9~2월), 딸기(6~11월), 감·귤(4~9월), 오렌지(7~12월), 체리(3~5월, 9~11월) 등으로 제철이 아닐 경우엔 상위 분류지수의 가격 변동을 가져와서 적용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해당 품목의 상위 또는 유사한 품목의 가격변동률을 적용해 대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통계청도 계절 농산물이 제철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가격 차이를 고려해 물가산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계청은 여름에 귤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7~8월 통계에서 귤의 가중치를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가중치는 2, 3년마다 전체적으로 조정하는데, 제철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정하면 전체 품목 가중치가 흐트러져 되레 통계를 왜곡시킨다는 설명입니다. 유통되지 않는 과일이 물가 0.3%포인트를 밀어올렸다는 농식품부의 주장에도 "전체 과일이 전달에 비해 얼마 올랐는지 평균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유통되지 않는 과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딸기의 제철은?···수요 적을 때 대비가 우선
문제는 제철 과일이 항상 저렴한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수확 철에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와 과일 값이 내려가는 게 상식적이지만 제철이라는 이유로 소비량이 함께 증가할 경우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상기후까지 겹쳐 출하량 감소가 나타날 경우 가격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과일이 물가충격의 최대 요인이 됐던 것은 지난해 9월 제철 과일인 사과값이 폭등하면서였습니다.
하우스 작물의 경우 제철 과일이라는 개념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딸기의 제철은 4월 이후지만 떠올려 보면 가장 많이 딸기를 접할 수 있는 시기는 크리스마스 전후입니다. 하우스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지금은 1년 내내 딸기를 수확할 수 있는 시기가 됐습니다. 한 철 먹을 때가 맞네 아니네라는 논쟁이 허무한 이유입니다. 그나마 유통되지 않을 때는 소비자도 찾지 않으니 물가 충격이 적은 것은 아닌지 숙고할 일입니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제철에 작황까지 좋지 않고 이상기후가 겹치면 제철을 따지기 전에 1년 내내 비싸서 사먹지 못할 수 도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