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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방송인 안선영…건강·성공 다 잡은 ‘언니’의 가방 속에는?[왓츠인마이백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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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미디언으로 배우로, 25년 동안 쉼 없이 방송가를 누비던 안선영씨도 출산 후 경력단절을 피할 수 없었다. 그의 가방 속 물건으로 지난 6년간 쌓아온 사업 수완과 건강 관리법을 엿볼 수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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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해 연기자로 활동 중이던 안선영씨는 2016년 출산을 앞두고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전격 하차했다. 마흔 살에 첫아들을 얻은 그는 건강, 다이어트 그리고 연애까지 어떤 질문이든 즉답을 내놓는 명쾌한 ‘언니’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언제든 해답이 있는 언니의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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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씨는 친구 사무실 한쪽에 책상 하나를 놓고 시작한 사업으로 6년만에 사옥을 세울 수 있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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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국민 언니’가 된 사연

서울 마포구와 용산구 경계에 있는 ‘바로스’ 사옥은 사업가로 변신한 안선영씨가 6년 만에 일궈낸 집합체다. 지하에는 라이브 커머스 스튜디오. 1층에는 커피숍과 상점 그리고 2층부터 바로스 상품 개발팀과 마케팅팀 사무실 그리고 그의 개인 사무실이 층마다 자리 잡고 있다. 건물 곳곳을 장애인 화가의 작품 전시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17년간 한국장애인재단과 장애인 청소년 장학사업 ‘봄꿈’을 이끌고 있는 기부왕이기도 하다.

25년 동안 쉼 없이 방송가를 누비던 그도 ‘출산 후 경력단절’ 공식은 피해갈 수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라는 원론적인 고민에 빠졌고 친구의 사무실 한쪽에 책상 하나를 놓으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제 스무 명 직원을 둔 어엿한 사업체 대표가 됐다. 최근에는 ‘경력단절자 특채’로 두 명의 사원을 더 뽑았다. 다시 일하고 싶은 주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종목 상관없다. 경력단절 여성으로 뭐든 열심히 일할 사람은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달라’고 했어요. 한 분은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탄력 근무를 하고 있고 또 다른 분은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졸업자로 경영 지원팀으로 출근하고 있어요.”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을 잊기 위해 시작한 또 다른 활동은 운동이다. 복근을 SNS에 공개하자 “애는 누가 봐주냐? 연예인이니까 시간 많고 좋네”라는 비아냥이 섞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SNS를 찾아가 봤더니 아이를 둔 평범한 주부들이더라고요. ‘이들은 왜 타인의 삶을 보며 뾰쪽하게 굴까’ 생각해봤어요. 우리 사회는 여성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희생을 너무나 당연시해요. 그들은 쌓인 에너지를 풀 곳이 없는 거예요. 때로는 못난 말을 내뱉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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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꾸준히 권유하던 그는 어느새 ‘국민 언니’가 됐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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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씨는 그들을 감싸고 공감해주기로 했다.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유기농 먹거리를 살 돈은 아끼지 않지만 자신을 위해 운동기구인 덤벨 하나 사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주변 생활용품으로 덤벨 만드는 법을 알려주자.

“섬유 유연제 빈 통에 물 2ℓ를 채우면 2㎏짜리 덤벨이 돼요. 더 무겁게 하고 싶다면 모래를 넣어 4~5㎏ 덤벨을 만들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소개하고 독려했어요. 6년간 매일 치열하게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니 어느새 제가 ‘언니’로 불리고 있더라고요. 그들이 키보드 워리어에서 팬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큰 위안을 얻었어요.”

그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관심은 곧 그가 만든 다이어트 건강 보조 제품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부터 연예인 1호 쇼핑호스트로 활동하며 다진 인맥이 사업에 바탕이 된 것이다.

“처음 홈쇼핑을 시작할 때 동료 연예인들에게 엄청나게 욕먹었어요. 지금과 달리 연예인이 대놓고 라이브 세일즈를 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시대였죠. 방송 녹화 전 동료와 마주치기 싫어서 화장실에 숨어 있던 적도 있어요.”

화장품을 포함해 그가 지난 10년간 올린 홈쇼핑 총매출액을 따져보면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온다. 그의 어머니도 부산 변두리에서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하며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저를 키운 또 하나는 바로 결핍이에요. 엄마와 매일 봉지 쌀로 끼니를 해결하던 흙수저 출신이 대한민국에서 화장품을 제일 많이 판 사람이 됐으니까요. 코미디언으로, 연기자로 유명해져서 안선영 하면 드세고 웃긴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제 모든 면은 아니에요. 저는 연예 활동보다 사업에 더 적성이 맞는 것 같아요.”

그는 또 다른 꿈이 있다. 향후 4년간 열심히 회사를 키워 전문 경영인에게 맡긴 후 사춘기에 접어들 아들을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4, 5년 후 아들이 세상의 불합리함에 눈을 뜰 때쯤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모가 되어주고 싶어요. 동시에 10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리고 버텨온 저에게도 보상의 시간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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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씨는 그날 만나는 사람들에게 즉석에서 편지를 써 건넨다. 편지지와 필기구는 늘 지참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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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씨의 가방 속에는…

안선영씨는 출산 후 다이어트로 더 예뻐지고 건강해진 대표 연예인이다. 2018년에는 가족 챙기느라 정작 자기 몸은 돌볼 시간이 없는 엄마들을 위한 현실 다이어트 노하우를 담은 <하고 싶다 다이어트>도 출간했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핵심은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라이프 루틴이에요. 특히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다 무너져요. 반드시 잠을 깊이 잘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야 살이 빠지기 시작해요. 커피부터 끊어보세요.”

그가 가장 체중 감량에 효과를 본 운동은 줌바 댄스다. 음악이 있고 선생님과 궁합이 맞으면 재미있게 다이어트할 수 있는 스포츠다. 요즘은 킥복싱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그의 가방 속에는 틈새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하러 갈 수 있도록 속옷 가방과 선크림이 포함된 화장품 파우치가 늘 갖춰져 있다.

“킥복싱은 운동과 함께 호신 기술도 익힐 수 있어요. ‘쨉쨉 원투백’에 몰입해서 펀치를 날리다 보면 한 시간 내내 뛰고 있더라고요.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좀처럼 없는 요즘인데 킥복싱에 푹 빠져 살고 있어요. 삶이 지루하다 싶으면 새로운 운동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분명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끼니를 굶을 수 있어 단백질 셰이크와 사과 한 알 그리고 각종 영양제를 늘 가지고 다닌다. 식욕을 억제하는 다이어트약은 절대 먹지 말라고 강조한다. 중년은 배고프면 손 떨리는 나이라 과도한 절식은 건강을 해친다고.

“굶으면 빠져야 할 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라 수분이 빠져요. 얼굴이 파이기 십상입니다. 다시 식사를 하면 요요 현상이 오고 심지어 더 체중이 느는 경우도 허다해요. 다이어트 식단은 염분 조절을 깐깐히 하되 고단백 위주로 채소와 함께 배고프지 않을 만큼 먹는 거예요.”

사업가 면모가 물씬 느껴지는 소지품도 있다. 그의 사진이 인쇄된 전용 편지지와 필기구다. 그는 그날 만나는 사람들에게 즉석에서 편지를 써 건넨다. 짧은 글귀로 상대방과 기분 좋은 만남이 시작되고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에도 그를 ‘언니’라고 부르는 이들의 깜짝 방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여기자.” 성공한 언니가 전하는 마지막 조언이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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