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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 영원 같던 첫사랑의 느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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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안무가 매튜 본 '로미오의 줄리엣' 19일까지 LG아트센터 공연

뉴시스

매튜 본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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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첫사랑은 탐구와 발견의 흥분으로 가득합니다. 서로에게서 한 순간도 손을 떼지 못하고 끝 없이 서로를 더듬으며 첫키스로 나아가죠."

오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매튜 본의 '로미오의 줄리엣'은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 신'으로 유명하다.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이 파드되로 유명한 '발코니 신'에서 두 무용수는 한 몸이 돼 구르고 도는 경이로운 춤을 펼친다.

'로미오의 줄리엣'을 탄생시킨 영국의 스타 안무가 매튜 본은 뉴시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 장면에 대해 "캐릭터들이 진정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첫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는 매우 강렬해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죠. 그 젊은 감정과 흥분을 포착해 관객들이 청소년 시절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느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도전적인 안무를 선보이고자 했고,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을 만들었죠. 영원히 끝나길 원치 않는 순간, 관객들 모두가 간직한 청춘의 추억을 포착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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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매튜 본. (사진=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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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은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을 변주해 새롭게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의 장인이다. '백조의 호수'에서는 가녀린 여성 백조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를 내세웠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현대의 뱀파이어 이야기로 만들었다. 오페라 '카르멘'을 자동차 정비소를 배경으로 한 '카 맨'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쓴 불멸의 로맨스이자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걸작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늘날의 10대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문제아로 분류된 청소년들을 교정하는 '베로나 인스티튜트'에서 두 어린 연인이 만나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이어간다. 약물, 트라우마, 우울증, 학대, 성 정체성 등 현대의 젊은 세대가 마주한 민감한 문제들을 거침 없이 묘사한다.

매튜 본은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현재, 또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며 "줄거리의 중심에 첫사랑이 있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것은 같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결말 부분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지를 보면 곳곳에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 숨어있다"고 소개했다.

"저는 대사가 없는 스토리텔링 공연을 만들기 때문에 이야기는 남아있지만 셰익스피어의 대사들은 이미 사라진 것과 같습니다. 젊은 무용수, 창작진들과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를 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는 "이 작품은 매우 심각하고 현대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저에게는 이를 정직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추하고, 유혈이 낭자하고, 원초적입니다. 어떤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죠. 어쩌면 원작보다도 더욱 가슴이 미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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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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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드라마틱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은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일에 맞춰 약간의 변화를 줬다. 작곡가 테리 데이비스와 15인조 앙상블이 편곡 작업에 참여, 51개의 오리지널 스코어 중 30곡을 골라 순서를 재배치하고 5곡의 신곡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원작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강렬한 음악이 만들어졌다. ?

"저에게는 대사보다 음악이 더 중요했어요. 프로코피예프의 악보는 현대적 영화 음악처럼 느껴지며, 많은 부분에서 환상적인 댄스 음악입니다. 음악을 듣고 대본으로 활용했습니다."

매튜 본은 작품을 '지금 이 시대의 10대들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2018년 영국 전역에서 만 16세에서 19세 사이의 무용수들을 선발하는 대규모 오디션을 개최, 다수의 무용수를 정식 단원으로 합류시켰다. 이를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출연진들을 젊다 못해 어린 무용수들로 채웠고, 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파리스 피츠패트릭, 로리 맥클로드, 잭슨 피쉬가 내한공연의 '로미오' 역으로 출연한다. 줄리엣은 역은 모니크 조나스, 브라이어니 페닝턴, 한나 크레머가 맡는다. 매튜 본은 "제 생각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종종 너무 나이든 배우들이 캐스팅된다"며 "저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의 관객들과 공감하기 위해서 저는 항상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 왔습니다. 우리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자신 안의 악마와 싸우는 강한 줄리엣, 경험이 부족하고 별난 로미오, 동성 커플, 감정적 깊이가 있는 악당, 그리고 폭력과 그 결과에 대한 진실된 묘사가 있죠."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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