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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사설] 국회의장 후보 “국회 단상 뛰어올랐다” 자랑, 비정상 국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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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인 조정식 의원이 2009년 국회 법안 대치 때 “제가 의장 단상에 뛰어올랐었다”며 “겉으론 제가 부드러운 이미지인데 내면에는 불같은 성격이 있다”고 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조 의원이 구둣발과 셔츠 차림으로 국회의장 단상을 밟고 올라서자 국회 방호원과 의원들이 그를 제지하는 ‘활극’이 벌어졌다. 의장 단상은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려 법률안 가결을 선포하는 등 본회의를 진행하고 여야 갈등을 중재하는 곳이다. 의장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른 의원도 아닌 국회의장이 되겠다는 6선 의원이 구둣발로 단상을 밟았던 일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고 인터뷰에서 자랑스레 언급한다. 한국 정치의 병리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의장이 된 뒤 국민의힘 의원이 단상에 뛰어오르면 뭐라고 할 건가.

국회법이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특정 정당에 기울지 말고 국민을 위해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은 지키라는 취지다. 그런데 의장 후보 4명은 전부 ‘중립은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당선인은 “의장이 중립은 아니다”, 우원식 의원은 “민주주의에 중립은 없다”고 했다.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던 정성호 의원도 “(의장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강경파 목소리가 압도적인 민주당에서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러자 김진표 현 의장이 “편파된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개탄했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들은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한다. 사실상 ‘이재명당’에서 친명 표를 얻어야 당선되기 때문이다. 의장이 돼도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 서열 2위인 국회의장 후보가 특정 정치인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표는 당론으로 정한 법안에 대해선 소속 의원들이 따라줘야 한다고 했다. 당이 특정 의견을 의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양심에 따른 직무’를 규정한 헌법 위반이다. 지금 ‘비명횡사’ 민주당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없다. 민주당이 당론 법안을 밀어붙이고 ‘꼭두각시 의장’이 거들면 입법 폭주가 계속될 것이다.

과거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나는 법안 통과 의사봉을 두드릴 때 한 번은 여당을, 또 한 번은 야당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보고 양심의 의사봉을 쳤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의장 후보 경선에선 ‘구둣발로 의장 단상을 밟았다’는 자랑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가 얼마나 비정상일지 그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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