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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유럽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생사 기로...조선업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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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선급, 선박생애주기 탄소배출 첫 조사
현재 운항단계 발생이 93%, 쉽야드 6%불과
향후 친환경연료 교체되면, 쉽야드 비중 높아져


매일경제

재개발 중인 영국 노던아일랜드 벨파스트 항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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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조선해운시장의 탈탄소기준은 운항단계가 아닌 조선소발생량이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자동차시장과 같이 차량이 만들어지는 단계와 운행 등 모든 단계에서 탄소배출량을 체크하면서 일종의 보조금과 인센티브가 정해지고, 심각한 경우 특정항구에는 입항조차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IT기술개발에 따라 선박전용 IT플랫폼이 등장하고, 효율성에 이은 자율주행과 이에 따른 사이버안보기술이 운항단계에서의 역량을 좌우할 전망이다.

19일 런던 로이드선급 본사에서 만난 김세준 로이드선급 본부장은 ‘친환경 조선소, 선박수명주기적 접근’을 주제로 조선산업이 유럽의 탄소배출량공시제도인 ‘스코프3’에 따라 일대전환점을 맞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부터 공시제도를 시행하는 유럽의 ‘스코프3’기준을 선박에도 적용할 경우 글로벌 조선시장은 에너지전환 뿐만 아니라 조선소 자체와 공급망까지 친환경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유럽에서 사용한 기업탄소배출 공시기준인 스코프1과 2는 기업의 생산시설과 물류 등에서의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뜻했지만, 미래기준인 스코프3은 기업의 공급망과 생산을 포함해 향후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발생시키는 모든 탄소량을 의미한다.

최근 로이드선급이 세계 최초로 조사한 선박의 생애주기별 탄소배출 분석자료에 따르면, LNG(액화천연가스)선박을 기준으로 탄소배출비중은 약 93%가 운항에서 나오고, 건조단계에서는 6%, 해체 및 재활용단계에서 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본부장은 “운항단계에서 대부분의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대체연료 전환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다만 미래에 모두가 수소와 같은 대체연료로 전환할 경우 조선소의 건조단계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 전했다. 공시기준이 스코프3까지 확대되면서 되레 가장 기본이 되는 스코프1의 중요성이 조선사의 생사여탈권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조선소를 친환경설비로 혁신할 경우 건조공정기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중국 등 경쟁조선소 대비 높은 탈탄소경쟁력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아질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전기차가 탈탄소나 연비 등으로 차별적인 보조금을 받았듯이, 선박도 차별적인 벌금을 비롯해 환경에 심각한 오염을 주는 선박은 입항이 금지되는 등 강한 규제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기차처럼 페널티-인센티브 가능성
협력사 친환경 전환도 미리 챙겨야
또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중요한 만큼 한국 조선소 입장에서는 포스코 등 핵심 제철사들의 수소환원제철, 전기고로사용 등 협력사의 친환경 전환에도 힘써야 한다. 김 본부장은 “향후 조선산업에는 대체연료, 그린 제철, 신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강국 영국은 본토 뿐만 아니라 북아일랜드까지 친환경 해양기술을 접목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이번 한국 사절단의 방문에 맞춰 영국 런던에서 열린 ‘UK 테크그로쓰 프로그램 기업 비즈니스매칭 이벤트’와 ‘UK-한국 해양산업 네트워킹 이벤트’에서도 친환경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대기업 20여곳이 소개됐다.

지난달 16일 한국 사절단이 방문한 럭비의 ‘GE 버노바 (Vernova)’ 자회사인 ‘GE 파워컨버젼’에서는 대형선박의 에너지효율성을 배가시킬 수 있는 ‘퓨전 액티브 스테이터’기술과 선박의 해상 포지션을 조정하는 ‘씨스트림 다이나믹포지셔닝(DP)’ 기술이 소개됐다.

GE는 이달 2일 GE 에어로스페이스와 GE 버노바로 회사분할을 완료했으며, 녹색혁신을 뜻하는 라틴어 ‘버노바’ 법인은 탈탄소 중심의 발전, 풍력, 전기화 부분을 맡았다.

특히 퓨전 액티브 스테이터는 기존 컨버터와 회전기계를 통합하는 방식의 신기술로 기존 엔진, 배전반, 변압기, 컨버터, 모터 등을 거치는 모델에 비해 에너지 손실을 10% 가량 줄일 수 있다.

씨스트림 DP기술은 최소한의 움직으로 해상에서 자리를 유지하면서 연료 10%절감, 질소산화물 20%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피터 오람 GE 파워컨버젼 커머셜 리더는 “GE는 해양분야 전동 기계, 파워, 조종, 자동화 등 모든 서비스를 갖춘 유일한 회사로 이러한 신기술로 비용과 크기, 무게 부담을 줄이면서 향상된 에너지효율과 소음을 제거하고 선박에 여유공간도 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선박용 IT플랫폼, 운항최적화기술
사이버안보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
네트워킹이벤트에서는 선박엔진에 공기를 제거해 효율성을 5%이상 상향시키는 업체 ‘실버스트림’, 세계적인 위성통신망 업체 인마셋, 초음파로 선체부착물을 제거하는 소니헐, 선박에 대형 수직로터을 설치하고 해상에 부는 바람을 활용해 선박속도를 배가시키는 기술을 가진 아네모이 등이 참석했다.

인마셋의 경영기획을 맡고 있는 브랙스톤 찬 헤드는 저고도위성 경쟁자를 겨냥해 “인마셋은 저고도위성업체와 파트너십을 비롯해 오는 여름 새로운 스마트시스템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데이터 속도는 훨씬 빨라지고 사이버시큐리티도 훨씬 강화한 질 좋은 서비스를 선박에 제공할 것”이라 설명했다.

한국 선주사인 HMM로 사용하고 있는 영국 보안회사 사이버아울은 해상시장의 사이버보안 강화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이 쿠퍼 사이버아울 디렉터는 “지난해 해양산업의 사이버보안 비용은 2배로 늘어났고, 고객사에 사이버테러사건은 1주일에 2건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계 컨설팅기업 인트라링크가 주관한 UK해양 스타트업과의 비즈니스 매칭 이벤트에서는 신생 IT기업들의 선박시스템 효율성 배가 프로그램, 선박 사고방지, 시큐리티 강화 프로그램들을 대거 선보였다. 주로 AI(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선박운항과정에서 효율성을 최적화시키거나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과의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날 피칭에 나선 리차드 뉴햄 90POE CTO는 “해양시장은 IT테크가 진입하는 과정에 있고,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슈퍼플랫폼이 되기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우리 프로그램 ‘오픈오션’은 항해 최적화시스템과 승무원 소통 서비스 등 기능을 확장해 가며 선박시장의 IOT를 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하일 워즈키위츠 인프라링크 부사장은 “영국은 해양국가이자 세계 10대 해양강국으로 해군과 해양산업 분야에 엄청난 경험이 축적돼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스타트업계에서도 성장하고있는 해양시장을 겨냥하고 AI나 테크를 적용시키려는 다양한 기업이 많고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럭비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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