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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20년 교분" "정치인 자리매김" 尹, 한동훈에 '경고'인가 '덕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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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비대위원장 '신뢰'…총선 과정서 '윤한 갈등'으로

덕담 건네며 갈등설 수습 분석…의례적 표현에 그쳤단 시선도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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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0년 넘게 교분을 맺어왔다. 언제든 만날 것."
"정치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정치인의 길을 잘 걸어 나갈 것."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 대한 질문에 나오자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잠시 뜸들이며 이같이 대답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인연을 강조하며 정치인 한동훈의 앞길을 응원하며 덕담을 건넸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여전히 자신의 그림자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홀로서기’를 견제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9일)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과 관련한 2개의 질문을 받았다. 첫 번째 질문은 ‘총선 전 참모를 통해 한 전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는지, 왜 그랬는지, 잘못 알려진 게 있다면 바로 잡아주시고, 한 전 위원장과 과거에 비해 소원해졌는지’였다.

윤 대통령은 대답 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뜸을 들인 뒤 "비서실장, 원내대표, 한 전 위원장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그 문제는 오해를 풀었고 해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전 위원장은 정치입문 기간은 짧지만 주요 정당 비대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질문은 ‘한 전 위원장과 오찬이 불발된 이후 따로 연락했거나 연락이 온 적이 있는가. 차후에 만남을 다시 할 계획이 있는가’였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저와 20년이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 전 위원장을 언제든 만날 것"이라며 "선거 이후 본인도 많이 지치고 재충전도 필요한 것 같아서 부담을 안 주고 기다리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해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든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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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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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검찰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사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법무부 장관에 한 전 위원장을 깜짝 발탁하며 그를 향한 신뢰를 보였다. 총선을 앞두고 김기현 전 대표 사퇴로 당이 위기에 처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것도 한 전 위원장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윤 대통령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행보였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이 당을 이끌면서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한 전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윤 대통령에게 예민한 사항을 두고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대통령실과 온도 차를 보이면서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 질문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한 전 위원장 사퇴요구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총선 과정에서 이같은 두 사람의 신경전은 지속됐다. 비례대표 공천, 일부 친윤 의원의 공천 취소 등이 원인이었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식사 제의를 한 전 위원장이 거절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강을 이유로 윤 대통령의 식사 제안을 거절했던 한 전 위원장은 최근 당직자들과 회동을 이어가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만남은 추진되지 않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정치인 한동훈을 응원하면서 덕담을 전하며 ‘윤-한 갈등설’ 수습을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과 미래 권력으로 평가되는 한 전 위원장의 갈등은 여권에 좋지 않다"며 "윤 대통령이 유화적인 메시지로 한 전 위원장과 갈등설 수습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동훈계로 평가되는 조정훈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조 의원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통령 쪽에서는 가장 폭넓게, 너그럽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한 전 위원장이 가장 고마워할 사람은 당연히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시선도 있다. 20년 이상의 교분, 언제든 만날 것이란 메시지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경고란 분석이다. 20여년 동안 윤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의 상급자였다. 두 사람의 인연을 강조한 것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상하관계를 연상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정치인으로서 기회를 준 것도 윤 대통령이란 점도 강조한 것이란 시선도 있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모두가 집중하는 기자회견에서 의례적인 표현으로 덕담을 건넸다는 것이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를 향한 친윤계의 비판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찐윤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대해 "오로지 당사자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제가 원내대표를 안 하겠다고 결심한 근저에 공관위원으로서 책임감이 있다"며 총선을 지휘한 한 전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정상화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만큼 두 사람이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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