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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참극으로 끝난 유튜버 갈등 … 피습 순간도 라이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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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 종합청사 맞은편에서 피습을 당한 50대 남자가 구급 치료를 받고 있다. 독자 제공


수많은 행인이 오가는 부산법원 종합청사 맞은편 보도에서 칼부림으로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A씨와 피해자 B씨는 모두 50대 유튜버로, B씨는 피습 당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B씨 유튜브에는 비명 등 피습 상황이 일부 노출됐다. A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자신의 유튜브에 "바다를 못 본 게 아쉽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전 9시 50분께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 종합청사 길 건너편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칼로 찌르고 도주했다. 사건 현장을 본 목격자는 "사무실에 있는데 뭔가 억억 하는 소리가 들려서 창밖을 보니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사람을 찔러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며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횟집에서 쓰는 칼처럼 아주 날카롭고 컸다"고 말했다. 이 목격자는 "칼에 찔린 사람의 몸에서 피가 솟자 건너편에 있던 법원 경위가 뛰어와서 손으로 지혈을 했고 이후 119가 도착했다"며 "용의자가 차량을 타고 도망가는 장면도 봤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부산법조타운은 부산지방법원과 부산지방검찰청 건너편에 위치해 있으며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곳이다. B씨는 이곳 법조타운과 부산지법 사이 교차로 횡단보도 근처 보도에서 습격당했다. 평소 법조 관계자와 소송 당사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매일경제

부산 칼부림 가해자가 경찰 검거 직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글.


평일 오전이었던 이날도 여러 행인이 이곳을 지나다녔다. 사건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크게 놀라서 대피하는가 하면 보도블록에 낭자한 혈흔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이날 오전 11시께 부산지법에서 열리는 폭행 사건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A씨와 B씨는 평소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으며 구독자는 수천 명대였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상호 비방과 폭행을 이어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열리는 폭행 사건 재판에서 A씨는 피고인, B씨는 피해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다"며 "지난해 7월부터 부산의 한 경찰서에 서로 비방한 혐의 등으로 수십 건씩 고소장을 넣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A씨는 전날 부산의 한 마트에서 길이 30~35㎝인 흉기를 구매했고 도주에 사용할 차량도 미리 빌렸다고 한다. A씨는 이날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법원 인근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던 B씨를 수차례 찔렀다. 경찰은 A씨가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면서 B씨 위치를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무언가를 예상했는지 유튜브 채널 마지막 영상 제목에 '화이팅 팬분들 112 신고 준비'라는 문구를 남겼다. 영상을 보면 마지막 즈음에 "뭔가 × 되는 상황인 거 같다. 아 이거 긴장되네"라는 말과 함께 영상이 끊기고 "아… 어… 하지 마. 아…" 등의 소리만 나온다. 칼로 습격당한 피해자가 저항하면서 낸 소리로 들린다.

A씨는 범행 이후인 이날 오전 11시께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그동안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구독자님들께 죄송하다"며 "하지만 타인의 행복을 깨려는 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해 갈등이 있었던 것을 암시했다. A씨는 또 다른 글에서 "나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다. 어머니도 항상 건강하시길 빌게" 등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범행 후 차로 도주했으나 사건 발생 1시간40여 분 만인 이날 오전 11시 35분께 경북 경주에서 검거됐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마지막 인사 드립니다. 경주에서 검거됐습니다. 바다를 못 본 게 조금 아쉽네요. 그동안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사람을 찔러 죽여놓고 유튜브에 어떻게 저런 글을 올릴 수 있나"라며 "백주에 도심 한복판에서 칼부림이 난 것도 무섭지만 사람을 죽여놓고 아무렇지 않게 글을 올리는 게 더 무섭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부산 연제경찰서로 압송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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