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영향 커... 100㎜ 늘면 0.93%P↑
일시적 영향... "금리 대응 바람직 않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8일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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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변동에 따른 작황 부진에 사과 등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최근 현상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없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물가에 단기 충격을 줄 뿐,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현안 분석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쓴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최근 신선식품 가격 급등이 소비자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바꿀 수 있어 통화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나, 소비자물가가 근원물가에 회귀하는 경향이 있어 통화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0년간 기온·강수량과 소비자물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섭씨 10도 상승·하락하면 소비자물가는 0.04%포인트 올랐다. 반면 강수량은 100㎜ 증가·감소할 때 0.07%포인트 상승해 더 영향이 컸다. 1개월간 날씨 충격이 이어질 때를 산정한 결과로, 소비자물가는 2개월 정도 올랐다.
날씨 변화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 주 원인은 신선식품 가격에 있다. 신선식품 값은 평균 기온이 추세 대비 섭씨 10도 상승할 때 0.42%포인트, 강수량이 추세 대비 100㎜ 증가할 때 0.9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 영향이 컸다. 향후 기후변화로 기상 변동 강도·빈도가 증가할 경우, 물가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기온, 강수량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KDI 현안 분석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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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렇게 오른 소비자물가는 근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날씨 충격으로 소비자물가가 상승, 근원물가와 괴리가 생겨도 2년 후에는 그 영향이 소멸돼 결국 회귀하더라는 설명이다. 반면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를 따라가는 경향이 미미했다. 식료품, 에너지 가격 변동이 물가 상승 기대를 형성해 근원물가 자체를 끌어올리진 못한다는 평가다.
최근처럼 기상 여건 변화로 과일값이 급등해 소비자물가가 올랐어도 단기 현상에 그치기에, 중기적 관점에서 물가 안정을 추구하는 통화정책이 이에 대응할 필요성은 낮다는 결론이다. 고금리로 물가를 잡기보다 농산물 수입 확대 등 공급처 다변화,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 개량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근원물가 2%대 안정을 전제로 선제적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는 최근 KDI 발표와도 결이 같다. 앞서 2일 KDI는 '최근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 금리와 수출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수출 회복에도 고금리 지속에 따른 파급 효과가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기조적 물가 안정 흐름이 확실시될 때,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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