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이스라엘, 바이든 '무기공급 중단' 경고 무시하고 라파 공격 강행할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게이트웨이 기술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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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전쟁 휴전안을 두고 협상 중인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더 이상 양보는 어렵다"며 이스라엘에 휴전안 수용을 촉구했다. 앞서 하마스는 중재국과 도출한 휴전안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이스라엘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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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이스라엘, 협상하는 척만 하면서 라파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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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자트 알리시크 하마스 정치국 위원은 이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 협상하려는 척만 하면서 라파를 침공하고 국경을 점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 6일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과 함께 도출한 3단계 휴전안을 이스라엘이 수용한다면 서명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휴전안에 따르면 하마스, 이스라엘은 42일 휴전 기간을 갖는다. 휴전 기간 동안 하마스가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 33명, 이스라엘이 억류한 팔레스타인 인질 30명이 맞교된한다.
또 휴전 첫날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내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이 다다를 수 있도록 전면 협조해야 한다. 가자 지구에 투입된 군대를 부분적으로 철군하고, 가자 지구 남북 간 팔레스타인인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휴전 1단계다.
2단계에서 양측은 휴전기간을 42일 연장하고 가자 지구 내에서 지속가능한 휴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협의를 개시한다. 하마스가 주장했던 '영구적 휴전'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투입된 군대 대부분을 물리고, 반(反)이스라엘 활동 등을 하다 구금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해야 한다.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이스라엘 예비군 포로를 석방한다.
마지막 단계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봉쇄를 해제하고 재건 사업에 협조하는 게 골자다. 휴전안에 따르면 재건 기간은 3~5년으로 계획될 예정이며, 국제연합(UN·유엔)과 이집트, 카타르 등 제3자들의 감시 아래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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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가자 지구 휴전은 곧 네타냐후 정권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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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필요와 거리가 멀다"며 휴전안 수용을 거부한 후 라파에 기갑여단을 투입했다. 조만간 라파 내 지상전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문가인 유럽외교협의회(ECFR) 소속 휴 로바트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 제안을 수용하는 듯한 장면을 대중 앞에서 연출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주장하는 영구적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해 알자지라는 "영구적 휴전 합의는 네타냐후 총리를 필두로 한 극우 세력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가 하마스 전쟁을 명분으로 권력을 연명하고 있기 때문에 영구적 휴전을 바라지 않을 것이란 취지다. 하마스 전쟁 전까지만 해도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 사기 등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휴전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다. 하마스, 이스라엘, 미국, 이집트, 카타르 대표단은 지난 6일부터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집트 국영 알카히라TV는 대표단이 8일 늦은 밤까지 회의를 계속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협상 타결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라파 내 주택이 파괴된 모습./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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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바이든 경고 무시하고 라파 공격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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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는 라파 지상전 개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개시한다면 공격용 무기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미 미국은 이스라엘에 2000파운드, 500파운드급 고중량 포탄 수송을 중단한 상태다. 살상력 높은 포탄을 이스라엘에 넘긴다면 라파 지역 민간인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미국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측은 바이든 행정부가 포탄 수송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이를 언론에 유출했다면서 상당히 분노했다"며 "카이로 협상 회담이 위험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알자지라는 워싱턴 싱크탱크 카토 연구소 소속 더그 밴도우 연구원 견해를 인용,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 경고를 무시하고 라파 공격을 강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밴도우 연구원은 "네타냐후 내각은 전쟁을 원한다"며 "미국, 이스라엘 간 지정학적 위기가 걸린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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