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 부행장 인터뷰
이재철 부행장은 지난 2020년 하나은행 자산관리사업지원부 부장과 신탁섹션 섹션장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탁사업본부를 이끌고 있고, 지난해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사진=하나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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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정리센터 개소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오는 분들도 계세요. 수요가 높은 만큼, 이 공간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언장 작성 체험과 상속 관련 법률·세무 교육 등을 제공하는 ‘뉴시니어포럼’을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곳으로 만들 겁니다. ‘시니어 라운지’라고 이름 붙였으니 누구든 편하게 찾아주시는 라운지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가 지난 3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플레이스원 빌딩 4층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브라운 계열 색깔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층 전체에 깔리는 배경음악으로는 잔잔하고 편안한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시니어 고객이라면 누구나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이곳은 하나은행이 지난달 개소한 ‘하나 시니어 라운지’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자산관리·증여·상속·기부·연금 등에 대한 컨설팅과 실행이 가능한 하나 시니어 라운지를 열고, 금융권 최초로 ‘유산정리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해당 서비스는 14년 전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던 리빙트러스트센터가 도맡는다. 리빙트러스트센터는 신탁을 기반으로 상속설계, 자산관리, 사후 상속 집행에 이르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 부행장(하나 시니어 라운지 센터장)은 “상속업무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많은 것 같다”며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상담을 시작해 계약을 앞둔 고객들이 있고, 유언장의 보관이나 집행 등에 대한 문의와 상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 시니어 라운지 한 쪽에 마련된 우리나라와 하나은행의 신탁 연혁. 사진=하나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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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차원에서 유산정리서비스 출시를 계획한 계기가 궁금하다.
▲고령인구가 늘며 상속 건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유가족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가능성 역시 커지는 상황이다. 사회가 변모하면서 가족구조도 다양해지고,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도 늘어나면서 자산의 원활한 승계를 위한 전문상속센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의 경우 인구 대비 고령자 비율이 15%일 때부터 상속 관련 업무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고령자 비율이 18%이고,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리빙트러스트센터는 신탁을 기반으로 종합상속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14년간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속 집행에 대한 노하우가 그 어떤 금융기관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살아생전의 자산 관리와 보호, 또 원하는 대로 상속하고 기부하고자 하는 손님의 수요에 맞게 신탁과 유언장을 결합해 완전한 상속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차별점이다.
-고객이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가.
▲우선 작성한 공증 유언장을 은행 금고에 안전히 보관하고, 유언의 집행자 역할까지 해드린다. 제3자인 은행으로서 객관적으로 상속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피상속인이 유언대용신탁이나 유언장 없이 사망했을 경우에도, 상속인 간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동산 처분 등 상속 재산 정리를 해주는 유산정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 신탁 서비스는 피상속인 위주의 서비스였다면, 유산정리서비스는 상속인들의 수요도 커버한다.
-유언장을 보관해준다고 굳이 유언장을 은행에 맡겨야 할 필요가 있나.
▲유언장이 미리 공개된다면 가족 간의 분쟁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피상속인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유언장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럴 경우 상속인들이 아예 그 유언장을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피상속인이 유언장을 공개하고 싶어하는 시점 전에 유언장이 발견돼 상속인이 (상속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유언장을 없애버리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래서 유언장의 보관이 중요하다. 피상속인의 뜻이 담긴 유언장을 은행이 안전히 보관하고 있다가, 상속이 발생하면 유언의 뜻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객관적으로 집행해드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 강남구 플레이스원 빌딩에 마련된 하나 시니어 라운지에는 상담 고객들을 위한 다섯개의 상담실이 있다. 사진=하나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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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령층의 부동산 자산 비율이 높은데 상속재산 중에서도 비중이 클 듯하다.
▲그렇다. 우리나라 상속 재산에서는 부동산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상속세 부담이나 부동산의 취득·등록세 이슈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해외에 거주하는 상속인들의 경우 대부분 물려받은 부동산을 계속 갖고 있기보다는 처분해서 현금으로 분배하기를 원한다.
다만 상가 등 부동산과 토지를 매매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상속인 간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그 와중에 상속인이 해외에 나가 있다면 동의를 받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이때 은행이 상속인의 위임을 받아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에 따른 각종 세금을 제한 후 순수하게 남은 현금으로 상속 재산을 분배해줄 수 있다.
-관련해서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신탁그룹(스미트러스트)과 협업하고 있다고. 어떻게 협력하나.
▲일본은 이미 30년 전부터 금융기관이 유언장을 보관하고, 유언장 집행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신탁을 전문으로 하는 스미트러스트는 신탁은행으로서 일본의 상속시장에서 매우 앞서나가고 있다.
일본이 3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이어받아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도록 서비스를 구성했다. 이를 위해 리빙트러스트센터 직원들이 스미트러스트에 출장을 가거나, 스미트러스트 직원들이 한국에 방문하게 하는 등 서로 신탁과 유산정리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받고 있다.
-금융·법률·세무·부동산 등 각 전문분야를 하나로 연결한 서비스다.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각 분야의 전문성까지 확보했다고 볼 수 있나.
▲이미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14년간 진행해왔기 때문에,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리빙트러스트센터 직원들이라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센터 직원들도 새로운 시장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스터디를 한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유류분 관련 헌법재판소 판결(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제자매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강제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새로 나왔고, 신탁재산에 새롭게 들어오게 될 보험청구권 등의 문제도 있다.
이렇게 상속과 관련된 판결문과 사례에 변화가 생기는 점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서로 토론하고 스터디한다. 그리고 법무법인, 세무법인, 공증 법무법인까지 협약해, 고객이 리빙트러스트센터만 방문하면 유산 관련 여러 전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해낼 예정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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