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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물가와 GDP

"제철 아닌 과일 탓 물가 올랐다"는 농식품부... "무슨 소리냐"는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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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나오는 과일 빼면 과일 기여도 낮다"
통계청 "그렇게 계산할 수 없어" 반박
한국일보

3일 오후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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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금 유통되지 않는 과일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절반이 넘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7일 발표한 설명자료의 핵심이다. 지난해부터 치솟은 '금(金) 과일' 탓에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하자 제철이 아닌 과일 가격이 통계에 잡혀 고물가가 두드러졌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국가 통계를 주관하는 통계청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린 농식품부가 과도하게 통계를 탓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 "과일이 물가상승률에 끼치는 영향 미미"


앞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9% 올랐다. 3개월 만에 3% 아래로 내려왔지만, 사과(80.8%)와 배(102.9%)를 중심으로 신선과실류 가격이 38.7% 뛰면서 물가 상승폭을 더 줄이진 못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농식품 소관 먹거리 물가의 기여도는 1.33%포인트로 전월보다 0.11%포인트 낮아졌다"고 강조하는 설명자료를 내놓았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에서 농식품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33%포인트 정도에 그친다는 얘기다.

문제는 "제철이 아닌 과일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하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 박순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보합 품목이 귤, 복숭아, 수박, 포도, 감, 체리인데 이걸 다 더해 보면 0.3%포인트 정도"라며 "이를 제외하면 실제 과일 물가 기여도는 0.24%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준 유통이 거의 되지 않는 과일 가격이 통계에 잡힌 탓에 과일이 전체 물가에서 과하게 대표됐다는 것이다. 박 정책관은 "통계청의 통계기법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부분들이 (물가에) 포함됐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나오는 과일만으로 계산할 수 없어"


그러나 통계청은 제철이 아닌 과일을 빼고서는 물가 수치가 나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유는 통계 기법 때문이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대표품목 458개를 선정하고 이들의 구매 빈도 등 가중치를 평가해 물가상승률을 산출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8일 "여름에 귤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7~8월 통계에서 귤의 가중치를 없앨 수는 없다"며 "가중치는 2, 3년마다 전체적으로 조정하는데, 제철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정하면 전체 품목 가중치가 흐트러져 되레 통계를 왜곡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유통되지 않는 과일이 물가 0.3%포인트를 밀어올렸다는 농식품부의 주장에도 "전체 과일이 전달에 비해 얼마 올랐는지 평균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유통되지 않는 과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통계청의 입장이다.

농식품부의 해명은 껑충 뛴 물가에 시름하는 국민의 체감과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과일 가격 인상 폭은 더 크지만, 가중치 등 통계기법 때문에 되레 물가상승률이 낮다고 인식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사과 10개(후지 상품) 중도매 가격은 9만8,200원으로 1년 전(4만4,644원)보다 두 배 이상 비쌌는데, 통계에는 80%만 올랐다고 발표된 것이 대표적이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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