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日 라인서 네이버 퇴출 시동?…사내이사 교체·지분 매각요청 공식화(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라인야후 CEO "총무성 행정지도로 네이버에 자본 변경 요청"

메신저 라인 개발한 신중호 라인야후 CPO 이사진 퇴임

日 정부 압박에 굴복 해석도…네이버 영향력 축소 나선 듯

뉴시스

[서울=뉴시스]일본 금융청이 무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라인(LINE)에 정보 보고 명령을 내렸다. 정보 관리 문제 논란 속 라인이 라인페이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NHK 보도 갈무리. 2021.03.2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라인 신화의 주역' 신중호 라인야후 대표이사 겸 CPO(최고제품책임자)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이로써 라인야후 경영전략을 포함해 이사결정권을 쥔 이사진은 모두 일본인으로 교체된다.

라인야후 CEO(최고경영자)는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지분 매각 요청사실을 공식화했다. 일본 정부의 압박에 따라 네이버로부터 라인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8일 일본 외신을 종합하면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는 이날 결산발표회에서 “대주주인 위탁처(네이버)에 자본의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는 얘기다.

이데자와 CEO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위탁처(네이버)와 자본적인 지배 관계에 있는데 대한 재검토’이며, 말하자면 대주주인 네이버에 (데이터 관리를) 위탁하는데, 위탁처인 대주주에 강하게 관리를 요구할 수 있겠냐는 과제를 준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런 의미에 위탁처에 자본의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데자와 CEO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50%)씩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지배구조 변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인야후 이사진에서 물러나는 신중호…이사진 전원 일본인



라인야후는 네이버의 영향력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라인야후는 이날 이사회에서 신중호 대표이사 겸 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함에 따라 신중호 CPO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내이사 사임으로 신 CPO는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신 CPO는 지난해 10월 라인야후 출범 당시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신 CPO는 NHN 재팬 시절 당시 메신저 라인 개발을 주도, 성공적인 출시를 이끈 인물이다. '라인의 아버지'로도 불려왔다. 일본 현지에서 라인은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국민 메신저로 통한다. 라인야후은 라인 서비스 운영사다.

앞서 신중호 CPO는 지난 3월 31일 스톡옵션 3000만주 가량을 포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 CPO 사내이사 사임이 작년 11월에 발생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진 경질로도 해석한다.

이로써 라인야후 이사진 멤버는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졌다.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카와베 켄타로 대표이사 회장과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이사 CEO는 사내이사직을 유지했다. 또 라인야후는 기존에 사내이사 4명에 사외이사 3명이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에 사외이사 4명 체제로 개편했다.

이에 더해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도 순차 종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데자와 CEO는 서비스 개발, 사내 시스템에 대한 네이버 위탁은 종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서울=뉴시스】신중호 라인 공동대표는 지난달 8일 대만에서 금융영토 확장을 위해 11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라인 제공) 2019.06.0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日 정부는 왜 네이버 라인을 노리나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다. 지난해 11월 서버가 제3자로부터 공격받아 라인앱 이용자 정보 등 약 51만9000건이 유출됐다. 이에 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라인야후는 일본 총무성에 재발방지책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2026년까지 인증기반시스템 등 라인과 네이버의 시스템 분리, 경영 체제 검토 등이 담겼다. 또 일본 총무성이 요구한 자본관계 재검토에 대해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에 "요청하고 있다"는 입장도 포함됐다.

그러나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보고서가 불충분하다고 판단, 7월1일까지 구체적인 대책 강화가 포함된 보고를 요구했다. 그때부터 사실상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4월 말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실무진 측에 라인야후 관련 재조사 협조 가능성을 묻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0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A홀딩스 산하의 Z홀딩스 자회사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현재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일부라도 매각하면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 라인 서비스를 출시해 일본을 비롯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2억명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적인 메신저로 성장했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은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근간을 흔드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라인의 보안 사고가 빌미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플랫폼 패권 경쟁과 더불어 라인 메신저 플랫폼을 자국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속내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국민앱으로 자리잡자 틱톡을 강제 매각하는 ‘틱톡 퇴출법’이 발효된 것처럼 라인을 자국 메신저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국내 업계와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7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라인을 완전히 탈취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와 자민당의 라인과 네이버 때리기가 혹시 소프트뱅크라는 일본기업의 라인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준비위는 ”정부와 국회는 이번 라인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독도 사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우려하면서 "국회와 정부, 민간의 전문가들을 포함한 국가적 TF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오는 9일에는 소프트뱅크가 결산 실적을 발표하면서 네이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도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총무성 행정지도를 받은 이후 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네이버 역시 지난 3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최수연 대표가 지분 매각 관련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8일 라인야후 CEO 입장 표명에 대해 네이버 측은 "자본변경은 회사의 중장기적 전략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8일 출입기자들과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네이버의 입장이 중요하다. 이같은 일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와 소통하면서 계속 협력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