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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우영우는 왜 작은 자극에도 괴로워했나’ IBS연구진, 자폐스펙트럼장애 감각 과민 원인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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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주인공은 작은 소리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 불안 증세를 겪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왜 일상의 작은 자극에도 괴로워할까. 이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과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김성기 단장 연구팀은 자폐 모델 생쥐를 이용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에서 나타나는 감각 과민이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신경 전달 때문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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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준 IBS 시냅스 뇌질환연구단장. IBS 제공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결여, 반복 행동 등 증상을 보이는 뇌 발달 장애다. 다른 주요 증상으로 감각이 과민하거나 둔감해지는 감각 이상이 있다. 소리, 빛, 촉각 등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감각 과민은 ASD 환자의 90%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하지만 감각 과민의 원인과 메커니즘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를 보면 지난해 미국 8세 아동 36명 중 한 명이 A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경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인 ‘그린투비(Grin2b)’ 유전자가 없는 자폐 모델 생쥐에서 감각 과민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가 없으면 자폐스펙트럼장애뿐만 아니라 발달 지연, 강박 장애 등 다양한 뇌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이 유전자 결손 생쥐에 기계적·전기적 자극과 함께 열을 가하자 대조군에 비해 감각 자극에 대한 회피성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감각 자극에 비정상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는 뇌 영역도 확인했다. 이들은 특정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을 시각화할 수 있는 c-fos 이미징 분석을 한 결과, 여러 뇌 영역 중 특히 고차원 인지 기능과 관련 있는 전측 대상회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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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와 동일한 돌연변이를 갖는 생쥐 모델에서 감각과민 증상과 전측 대상회피질 과활성 및 관련 신경회로 과연결이 확인됐다. (오른쪽) 전측 대상회피질의 활성을 억제한 결과 과연결성과 감각과민 행동이 정상 생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됨을 확인했다. 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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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측 대상회피질 신경세포의 과활성을 화학유전학적 방법으로 억제했을 때, 전측 대상회피질의 과활성화와 감각 과민 모두 정상화됐다. 이는 전측 대상회피질의 과활성화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나는 감각 과민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은준 단장은“이번 연구는 그동안 인지, 사회성 등 고위 뇌 기능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졌던 대뇌 전측 대상회피질의 과도한 활성과 연결성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나타나는 감각 과민의 원임임을 증명한 새로운 연구”라며 “전측 대상회피질 신경세포의 활성 억제가 Grin2b 유전자 결손과 관련된 감각 과민 치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 지난 4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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