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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조성진의 슈만, 정명훈의 베토벤…두 별이 빚어낸 '하모니'[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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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2024.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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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숨가쁘게 질주한 조성진의 손끝이 건반 위를 떠나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포디엄에서 내려온 정명훈이 조성진을 향해 박수를 보내자 더 큰 환호가 이어졌다.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과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으로 일찌감치 클래식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공연 전 정명훈과 조성진의 사진이 나란이 걸린 대형 현수막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객들로 줄이 길게 늘어졌다. 2500석의 티켓은 물론 프로그램북도 모두 동 나면서 현장 매표소 화면에는 '매진'이라고 적힌 빨간 문구가 떴다.

이날 정명훈이 지휘한 도쿄 필하모닉과 조성진이 들려준 작품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슈만이 유일하게 남긴 피아노 협주곡으로 지난해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곡이다.

조성진은 시작을 알리는 1악장부터 유려한 화음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오보에의 서정적 선율에 맞춰 느린 템포로 연주하다가 어느 순간 강력한 타건으로 속도를 높였다. 차분한 분위기의 2악장에선 마치 사라져가는 음들을 붙잡으려는듯 건반 하나하나를 느리게 음미했다. 화려한 기교 대신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듯한 섬세한 연주에 관객의 몰임갑은 더욱 깊어졌다. 조성진의 연주가 온전히 돋보이도록 포용한 정명훈의 지휘도 조화를 그려냈다.

악장마다 다른 분위기로 펼쳐진 조성진의 독주 구간은 단연 백미였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초연하게 다채로운 선율을 매만져갔다. 의도적으로 템포를 늦추는 노련함, 머리를 뒤로 넘기며 음악에 몸을 맡기는 퍼포먼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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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선보였다. (사진=크레디아) 2024.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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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공연은 노련한 마에스트로와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베토벤의 서사였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이 만들어낸 탄탄한 음역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완성됐다. '따다다단'을 시작하는 1악장부터 모든 악기가 하나의 조화를 이뤘고 정명훈은 절도 있는 지휘로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절정으로 향하는 4악장에서 8대의 콘트라베이스가 뿜어내는 묵직한 저음, 팀파니와 트럼펫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웅장함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거장의 해석이었다. 20년 넘게 긴 호흡을 이어온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연주를 마치자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몇 차례 무대에서 나갔다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한 정명훈은 '라데츠키 행진곡'을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마지막에는 파트별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소개하며 관객의 박수를 유도했다.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의 여정은 이번주 내내 이어진다. 오는 9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문태국과 협연한다. 10일 익산 예술의전당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다시 협연자로 나선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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