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의대 정원 확대

醫, '의대 정원 증원' 회의록 두고 연일 공세··· 政 "말 바꿨다 주장 이해 어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확정과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을 앞두고 의료계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열린 각종 회의록과 관련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직한 전공의들은 회의록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매일마다 달라지고 있다며 보건복지부·교육부 장·차관 등을 고발했다. 정부는 현행법상 작성할 의무가 있는 회의체에서는 회의록을 모두 남겨뒀다고 반박하면서 그럴 의무가 없는 회의의 경우 상호 합의에 따라 보도자료와 브리핑으로 공개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료계는 정부 입장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의정(醫政) 갈등에 따른 입장 차이는 여기서도 팽팽하다. 정부 측이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공방이 계속될 판이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공의, 복지부·교육부 장차관 “회의록 미작성, 직무유기”
“말 바꾸고 도망가는 경우, ‘범죄 혐의자’ 가능성 높아”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7일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을 고발했다. 혐의는 직무유기, 공공기록물폐기, 공용서류무효 등이다.

현행 공공기록물관리법은 회의의 명칭, 개최 기관, 일시·장소, 참석자·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회의록 작성 의무를 둔다. 이들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심의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 폐기했다면 공공기록물 은닉·멸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 결정된 ‘최초’ 회의록 공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전국 40개 의과대학별 입학정원의 배분 결과를 논의한 교육부 산하 정원배정심사위원회도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다며 교육부 장·차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정부에서 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 중 숨기고 싶은 내용이 있었던 것인지, 비합리적인 결정들이 있었던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복지부는 처음에 보정심 회의록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녹취된 게 있으니 그것을 녹취록을 만들어 대체안으로 내겠다고 했다. 오늘은 박민수 2차관이 보정심 회의록이 있다고 또 말을 바꿨다”며 “보통 말을 바꾸고 도망가는 경우는 범죄 혐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달 30일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취소 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 기일에서 정부 측에 추가 자료와 회의록 등 근거를 10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가 운영한 회의체는 의료현안협의체, 보정심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이다.

연세대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에서 “의학교육을 재난으로 몰아가는 (증원) 정책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제시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그런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증원 계획을 철회하는 게 가장 정직한 대책이라고도 꼬집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정심’ 회의록 보관했다는 정부 “법원 제출할 것”
“2000명 증원, 의협과 미리 동의 받아 하는 것 아냐”

이에 대해 박 차관은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의대 증원 회의록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시도했다. 박 차관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를 둔 보정심과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며 법원 요청에 따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보정심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데 정부가 말을 바꿨다’고 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어디에서 일부 회의록을 가져다가 법원에 제출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뒤늦게 일부 회의의 녹취록을 짜깁기해 억지로 회의록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차관은 “녹취록을 보관해야 하는 회의체는 별도로 법에 명시돼 있고, 보정심은 법에서 요구하는 회의록을 작성해 다 비치해뒀다”며 “말을 바꿨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아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처음 회의록이 없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초기에 아마 답변이 조금 부정확하게 나갔던 것 같다. 혼선을 초래하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했던 의료현안협의체는 양측 협의 하에 회의록 대신 보도참고자료와 사후 브리핑으로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의료현안협의체에 대해 “정부와 의협 간 합의에 따라 의사인력 확충 등을 포함한 의료 현안 전반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했다며 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당시 협의체에 참가한 전임 의협 집행부도 ‘보도자료로 회의록을 갈음하는 데 합의했다’고 확인했으나, 의협 측은 전임 집행부 합의사항을 알지 못한다며 회의록이 없는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민감한 사안에서 자유로운 발언을 위해 녹취나 속기록을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두발언 공개, 보도참고자료 배포, 사후브리핑 등을 통해 기자단에 공개했으며,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상 회의록 작성에 준하는 내용을 공개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배정위원회 역시 현행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의협이 협의체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계 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노조, 기타 환자단체 등 여러 의견을 듣고 2000명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증원을) 의협과 미리 사전에 상의하고 동의 받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2000명 언급이 없으니 증원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