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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뉴진스 복귀에도 주가 ‘지지부진’ ‘제 살 깎는’ 멀티 레이블…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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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영향 없다”지만…


집안싸움에 하락세를 보인 하이브 주가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5월 2일 기준 종가는 20만원. 하이브와 어도어의 난타전이 시작되기 전인 4월 19일(23만500원) 대비 14.9% 떨어졌다.

당초 증권가에선 “(리스크로 인한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① 어도어의 하이브 이익 기여도가 10% 수준이라는 점 ② 뉴진스가 정상 복귀해 활동을 시작하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4월 27일 뉴진스가 신곡 ‘버블 검(Bubble Gum)’을 시작으로 컴백 프로모션을 시작한 뒤에도 하이브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멀티 레이블’ 관련 의구심이 하락세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간 하이브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앞세워 각각의 레이블이 자율 경영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2020년 상장 후 수년 만에 하이브가 엔터 업계를 집어삼킨 배경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멀티 레이블의 단점도 속속 드러났다. 아이돌이라는 동일 상품을 내놓다 보니 레이블 간 충돌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점이 새로운 투자 리스크로 떠오른 모습이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멀티 레이블 고도화’를 해법으로 외쳤지만, 구체적인 사안은 밝히지 않았다.

매경이코노미

증권가, 왜 ‘괜찮다’ 말하나

어도어 비중 낮아 ‘펀더멘털’ OK

기업 리스크 발생 시 투자자 시선은 한곳에 쏠린다. 해당 리스크로 인한 기업 펀더멘털(Fundamental) 훼손 여부다. 하이브를 예로 들면 민희진 대표와 집안싸움이 하이브의 미래 현금흐름이나 기초체력에 영향을 미칠지 분석한다는 의미다.

일단 증권가 판단은 ‘NO’다. 하이브와 어도어 집안싸움은 4월 19일 시작됐다. 이후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는 총 6건이다. 강조된 내용은 대부분 비슷하다. 부정적 이슈로 단기 주가 변동성은 있지만 하이브 펀더멘털 훼손 등은 우려 안 한다는 것.

가장 최근 리포트를 낸 임수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방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뉴진스의 향후 활동 가시성이 확보되면 주가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이 “문제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단 어도어의 하이브 실적 기여도가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하이브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1780억원, 2956억원이다. 자회사 어도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102억원, 335억원이다. 어도어가 차지하는 하이브 매출, 영업이익 비중은 각각 5%, 11.3%다. 이를 고려하면 어도어가 하이브에서 빠져나가는 ‘최악’을 가정해도 타격은 크지 않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악을 가정해도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하반기 뉴진스 활동이 중단되더라도 올해 하이브 실적에 대한 영향은 10% 미만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중·장기 펀더멘털 훼손 가능성도 낮다. 2025년을 기점으로 BTS 완전체 복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매출과 영업이익 대부분은 BTS가 속한 빅히트에서 발생한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어도어의 하이브 이익 기여도는 2025년 BTS 완전체 활동으로 인해 낮아질 것”이라며 “최근 주가 하락은 이번 사건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반영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뉴진스 탈퇴·활동 중단 등 최악의 상황은 현실적으로 펼쳐지기 힘들다는 점도 증권가의 ‘괜찮다’는 판단 근거 중 하나다.

올해 초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 전속 계약 등을 대표이사 권한으로 전환해달라 요청했지만, 하이브 측이 거절했다. 이에 탈퇴·활동 중단 등은 뉴진스가 직접 나서 요구하지 않는 한 펼쳐지기 힘든 변수가 됐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뉴진스의 전속 계약권은 하이브에 귀속돼 있고, 따라서 예정된 일정을 포함한 향후 활동이 정상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뉴진스는 최근 컴백 프로모션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새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의 재킷 사진을 공개하고 수록곡 ‘버블 검’ 뮤직비디오 등을 선공개했다. 오는 6월 계획된 일본 정식 데뷔를 앞두고 현지 프로모션도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멀티 레이블’ 의구심

엔터주 투자자 걱정거리 늘어

다만 일각에선 현재의 하락세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증권가 평가처럼 펀더멘털 이슈는 없지만 하이브를 비롯한 엔터 업종 투자자들의 센티멘털(Sentimental) 훼손 우려가 커졌다는 점 때문이다.

센티멘털은 객관적 수치 등으로 판단하는 펀더멘털과 달리 ‘감정적 판단’ ‘투자 심리’ 등을 의미한다. 미래 기대감이나 리스크로 인한 우려 등이 투자에 적용되는 형태다.

엔터 업종은 유독 센티멘털이 강조되는 분야 중 하나다. 기계나 원재료 등을 가공해 판매하는 제조업은 ‘판가 추이’ 등 객관화된 수치가 있어 펀더멘털 중심 투자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엔터 업종은 분위기가 다르다. 회사 실적을 창출하는 주된 상품이 ‘아이돌’과 ‘아티스트’ 등 사람인 탓이다. 기업들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가동해 리스크 최소화에 힘쓰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팬들과의 소통 중 발생한 순간의 말실수 등의 여파를 가늠하기 힘들다. 별일 아닌 것처럼 치부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말실수로 일명 ‘나락’에 빠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밖에도 회사와 아이돌·아티스트 간 재계약 불발 등 수많은 인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에 엔터 업종 투자자들은 펀더멘털만큼이나 센티멘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아이돌·아티스트를 둘러싼 약간의 이슈에도 주가가 요동치는 배경이다.

문제는 앞으로 하이브 투자자들은 한 가지 리스크를 더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돌·아티스트 인적 리스크뿐 아니라 레이블 간 갈등, 모회사와 레이블 갈등도 리스크가 됐다.

지인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걱정거리가 늘었다는 점에서 인적 리스크의 범위가 기존보다 더 확장됐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멀티 레이블을 ‘약점’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현재 하이브 주가 회복이 더딘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엔터 업종에 높은 멀티플을 부여했던 이유 중 하나가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었다. 각각 독립된 권한을 부여한 만큼 아티스트 활동 주기를 앞당길 수 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표현이 가능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민희진 대표가 아이돌 간 ‘유사성’을 지적하며 더 이상 멀티 레이블을 통한 확장성, 멀티 레이블에 대한 존재 가치를 다시 고민하게끔 하고 있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이브와 주요 레이블 기업가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하이브 주요 레이블의 2~3년 후 기업가치는 빅히트 6조1000억원, 플레디스 1조7000억원, 어도어 2조원, 빌리프랩 1조3000억원 등이다. 예상 실적에 모회사 하이브의 2025년 예상 컨센서스 P/E(주가수익비율)를 적용한 계산법이다. 하나증권은 레이블 단순 합산으로 2~3년 뒤 하이브의 최소 기업가치도 13조원을 예상했다. 다만 이는 현재 수준 성장세(뉴진스 2025년 매출 3000억원, 아일릿 2026년 매출 600억원 등)를 가정한 예상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뉴진스의 가치 하락 가능성도 문제지만, 카피캣 논란이 불거진 아일릿(빌리프랩)이 더 문제다. 카피캣 논란에 관대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팬덤 시장은 해당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향후 멀티 레이블 중 한 곳이라도 상장 절차를 밟는다면 더블 카운팅(자회사·모회사 동시 상장 시 기업가치 중복) 이슈도 피하기 어렵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로 표현하지만 사실상 모회사(하이브) 밑에 여러 자회사를 둔 지배구조다. 하이브는 지난해 기준 자체 매출(연결 매출 대비 별도 매출) 비중이 28.1%에 불과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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