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스페이스 의학시대 연다...“우주정거장서 물질 실험”

김정균 대표 스탠퍼드대 발표
미세중력 활용해 신약물질 발견 앞당길 수 있어
스타트업에 우주 실험 기회 제공하겠다
대항해시대 때 괴혈병 해결했듯
우주시대에 헬스케어 기업에 큰 기회

스탠퍼드혁신과디자인연구소(SCIDR)가 3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개최한 ‘우주혁신과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정균 보령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덕주 기자>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 긴 항해를 하는 인간들은 괴혈병에 시달렸고, 비타민C가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수백년이 걸렸다. 우리는 우주시대에도 이런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22년부터 우주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국내 대표 제약사 보령의 김정균 대표가 향후 우주시대에 인간신체에 대한 연구를 선제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에 나가서 머무르는 인간이 점차 늘어날 것이고, 우주에서 인간의 신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민간 우주정거장 기업인 액시엄스페이스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김 대표는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열린 ‘우주혁신과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보령이 우주산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김 대표는 “현재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1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10~15년간, 10억달러에서 100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투자한다”면서 “반면 우주에서의 인간에 대한 데이터는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주에 간 우주인의 숫자는 650여명에 불과하며, 가장 오래 머무른 기간도 467일에 불과하다. 미국 NASA의 관련 예산도 1억4300만달러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15세기 이후 신세계로 나간 인류에게 생긴 일이 우주 대항해시대 인간에게도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레몬이 괴혈병을 해결한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영국 해군은 전세계 레몬의 60%를 구매하게 됐다”면서 “지금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인 화이자는 비타민C 생산으로 만든 자본으로 2차 대전 중 미국 정부가 원하는 페니실린 생산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인류는 질병과 같은 신체의 문제를 경험하게 되고,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보령과 같은 헬스케어 기업에게 큰 기회가 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보령은 휴먼스인스페이스(Humans in Spac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스타트업이 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면서 “그 다음으로 우주 R&D 인프라를 우주정거장 뿐만 아니라 달 표면에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김승호 보령제약 창업주의 손자다. 김 대표는 기자와 만나 “더 많은 기업들이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미국 액시엄스페이스와 국내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BRAX SPACE)’를 공식 출범했다. 김 대표는 “우주 공간 내에서 이뤄지는 헬스케어 관련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상태를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의 바이오 스타트업인 마이크로퀸은 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통해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의학계는 난소암 유방암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후보물질로 단백질 TMBIM을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결정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세중력하에서는 결정화에 어려움이 없다보니, 개발 시간을 8년 앞당겼다는 것이 마이크로퀸의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의 초기투자자이며 현재도 이사로 있는 유명 투자자인 스티브 저벳슨 퓨처벤처스 공동창업자와 여러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아폴로 16호를 탑승하고 최연소로 달을 밟았던 찰스 듀크 우주비행사도 참여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스탠퍼드혁신과디자인연구소(SCIDR)가 3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개최한 ‘우주혁신과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한 캄 가파리안 액시엄스페이스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덕주 기자>

보령이 투자하고 김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한 액시엄스페이스의 캄 가파리안 회장 겸 CEO도 자신의 투자 회사들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는 지난 2월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착륙선 ‘오디세우스’를 만든 인튜이티브머신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가파리안 회장은 “인류가 지구 밖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스탭을 밟아야하는데 가장 첫번째로 중요한 것은 우리 지구를 지켜야하는 것”이라면서 “기후변화로 우리가 스스로 멸망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전력수요는 2050년까지 80~150% 증가하는데 현재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 생산의 80%를 차지한다”면서 “원자력은 믿을 수 있고 탈탄소가 가능한 유일한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소형원전 업체 X에너지에 투자한 이유다.

가파리안 회장은 “액시엄 스페이스는 세계 최초의 상업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려고 한다”면서 “2026년에 모듈을 우주로 보내서 ISS에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페이스X에 태워 민간 우주인을 세차례 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면서 “보령과도 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NASA의 차세대 달 우주복을 프라다와 함께 만들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인튜이티브머신에 대해서 그는 “다음 미션에서 우리는 노키아의 4G 통신망을 달로 가져간다”면서 “달에 드릴을 가져가서 물을 캐내고, 달 표면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는 등 인류를 달에 거주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주혁신과 투자’ 컨퍼런스는 스탠퍼드혁신과디자인연구소(SCIDR)가 주최했다. 김소형 SCIDR 소장은 “SCIDR은 디자인씽킹과 공학을 결합해 혁신을 만드는 연구소”라면서 “이번 행사는 우주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연사들을 모셨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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