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처리율 36% 불과…고준위방폐물법 등 시급한 법안까지 폐기 위기
여야 의원 앞다퉈 해외로…남미·유럽에 마다가스카르까지 출장
7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5천830건 중 9천455건이 처리돼 법안 처리율이 36.60%에 그쳤다.
여야가 여소야대 지형 속 정쟁만 되풀이하면서 국회 본연의 업무인 입법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21대 국회는 여야가 극한 대치로 정쟁을 일상화하면서 미래산업 기반 마련과 규제 개선 등을 위해 처리가 시급한 주요 민생 법안들까지 장기간 발목을 잡아 각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의원들은 21대 국회 임기 막판 해외 출장에는 뜻을 같이해 빈축을 샀다.
'빈손ㆍ무능' 국회...민생입법 뒷전 (PG) |
◇ 21대 법안 처리율 36.6%…20대 국회 넘어 '최악'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보다도 낮은 법안 처리율을 보였다. 오는 28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다수의 법안을 처리한다 해도 20대 국회보다 저조한 법안 처리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에서는 발의된 2만4천141건의 법안 중 1만5천2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철회 등 포함)은 37.9%로, 19대 국회의 45.0%보다 낮았다.
[그래픽] 역대 국회 법률안 처리율 |
여야가 극한의 대치를 이어가면서 국가적으로 시급하거나 민생에 직결된 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21대 국회 내내 정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이견이 작은 비쟁점 법안까지 줄줄이 폐기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여야가 처리하기로 공감대까지 형성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은 여야 대치 속 표류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2년 넘게 계류 중인 고준위방폐물법은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2031년 한빛·고리 원전 등의 가동까지 중단될 수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산자위에 계류돼있고,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이후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 판사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관증원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21대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AI(인공지능) 산업 진흥과 규제 내용이 담긴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과 현행 예금보험료율 한도(0.5%)의 적용 기한 연장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있다.
불법 투자리딩방 등 신종사기 대응을 위한 사기방지기본법은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통과 |
◇ 여야 의원들 앞다퉈 해외로…'입법보다 외유에 혈안' 비판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달 29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앞다퉈 해외로 향하고 있다.
저마다 의회 외교, 정책 연구 등의 목적을 앞세우고 있지만 임기 막판에 해외 출장이 몰린 모습에 여야가 입법 성과를 내기보다는 국민 혈세를 쓰며 외유에 나서는 데에 더 적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해외 출장자 가운데 4·10 총선에서 낙천하거나 낙선한 의원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면서 '배려성 출장', '말년 휴가'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위원장인 민주당 소병훈 의원과 같은 당 어기구 의원이 지난달 25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각국 농림 정책당국 관계자를 면담했다고 한다.
여성가족위원장인 민주당 권인숙 의원과 국민의힘 최연숙(복지·여가위원) 의원, 민주당 정춘숙(복지위원) 의원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방문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한일의원연맹은 일본 도쿄에서 17∼18일 열리는 한일문화교류발전 행사 방문을 검토 중이며, 부회장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과 간사장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개혁신당 양정숙, 자유통일당 황보승희 의원은 지난달 28일부터 6박 10일 일정으로 연맹 창설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차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를 다녀왔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출신인 박병석 의원 등은 각국 의회 의장을 면담하는 의원 외교 차원에서 지난 4일 일주일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일본 순방길에 올랐다.
부실한 출장 계획으로 국회 사무처로부터 '퇴짜'를 맞은 출장도 여럿 나왔다.
민주당 이용빈 김성주 신정훈 의원과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친환경 자전거 협력 방안 연구'를 하겠다며 이달 13∼20일 프랑스와 네덜란드 출장을 신청했으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출장'이라며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민주당 서영교 이정문 의원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무소속 이성만 의원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현장을 방문하겠다며 12∼18일 캐나다 출장을 신청했으나 역시 같은 이유로 불허됐다.
새로운미래 설훈·민주당 신현영·국민의힘 이헌승·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은 9∼19일 보건의료 강화 논의를 위해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 출장을 신청했다가 관광지인 마다가스카르 일정을 축소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은 민간형 국부펀드 연구를 위해 싱가포르·호주 출장을 신청했으나 작년 같은 목적으로 같은 국가를 방문한 출장이 있었다며 거절당했고, 정무위원들과 '모태펀드' 연구 목적으로 출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pc@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