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사설]먹통 6개월 만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 못 믿을 정부 전산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뉴시스


정부 전산망 오류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성적 등이 담긴 민원서류가 대거 잘못 발급되는 일이 벌어졌다. 성적·졸업 증명서 등 교육민원 서류를 신청했더니 엉뚱한 사람의 증명서가 발급된 사례가 646건이고, 법인용 납세증명서의 경우 사업자등록번호가 나와야 할 자리에 법인 대표 이름과 주민번호가 표출된 게 587건에 달한다. 1200건이 넘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초 사고 발생 후 한 달간 쉬쉬하다 언론의 취재가 본격화되자 유출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는 지난해 11월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때도 먹통이 됐던 시스템이다. 불과 6개월 만에 오류가 재발한 것이다. 정부는 ‘정부24’와 교육정보 시스템 간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출 경위 조사를 통해 정부 조치의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다.

정부 전산망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개통한 교육부의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오류가 속출한 데 이어 몇 달 뒤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주민등록 통합행정시스템 등이 잇달아 마비됐다. 정부는 올 1월 국가전산망 장애를 재난 상황에 준해 대처하고 ‘디지털 안전 상황실’을 신설하는 등의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그뿐이었다. 바로 다음 달 개통한 지방세 통합징수 시스템은 첫날부터 먹통이 돼 대출이 급한 시민들이 은행에 낼 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등의 차질이 빚어졌다. ‘전자정부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상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요즘에는 국민들이 행정전산망을 통해 정부의 역량을 체감한다. 그런데 전산망이 수시로 먹통이 되고, 재발 방지책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시스템이 마비되는 일이 반복되면 정부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처럼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정부가 공개를 미루는 일까지 겹치면 불신은 더 커진다. 정부는 전산망 사고 때마다 “프로그램 개발 실수” “소프트웨어 문제” 등의 핑계를 대는데 외주업체 탓만 하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