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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대법, 인천 택시강도살인 2인조 무기징역 확정…범행 17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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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미제사건 범인들 지난해 검거돼

불쏘시개로 사용된 차량설명서 쪽지문 발견

1심 징역 30년→2심 무기징역

지난 2007년 인천의 한 고가 밑 도로에서 택시 기사를 흉기로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2인조에게 범행 17년 만에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8)와 B씨(49)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아시아경제

범행 16년 만에 검거된 인천 2인조 택시강도 사건 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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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께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당시 43세였던 택시 기사 C씨로부터 6만원의 현금을 빼앗고 C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시신을 범행 현장에 방치하고 도주한 이들은 2.8㎞ 떨어진 주택가에 택시를 버린 뒤 뒷좌석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구치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출소한 뒤에도 관계를 유지해오던 중 일정한 직업이나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부족하게 되자 택시 기사를 상대로 강도 범행을 저지르기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두 사람은 C씨의 손을 묶고 미리 준비해간 가방에 들어가게 했지만, 가방 안에 들어가 있던 C씨가 가방에서 나와 몸싸움을 벌이게 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C씨를 살해하고, 6만원의 현금과 1000만원 상당의 택시를 강취한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장기간 용의자를 특정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해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은 이들이 불쏘시개로 사용한 차량취급설명서 책자에서 경찰이 쪽지문(작은 지문)을 찾아내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감식 결과 이들은 범행 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차량취급설명서를 불쏘시개로 이용해 뒷좌석 시트에 불을 붙였는데, 당시 비가 와서 습기가 많았던 데다가, 차량 문을 모두 닫은 밀폐된 상태에서 불을 붙인 탓에 일부 연소되다 산소 부족으로 자연적으로 소화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해당 차량취급설명서가 피해 택시가 아닌 다른 차종의 취급설명서라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범인이 외부에서 가져온 것으로 판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지문 재감정을 의뢰했고, 재감정 결과 여러개의 쪽지문이 발견됐다.

1심 법원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에서 A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범행 당일 현장에 있었던 사실까지 인정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는 강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C씨를 살해하는 데 자신은 가담하지 않았고, 공범 A씨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A는 여러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근거 없이 그 신뢰성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인 B가 비록 이 사건 강도살인의 죄책을 인정하고 있다고는 하나, 살해행위는 A가 단독으로 실행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보이는 지점들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가담범위와 책임을 축소시키는 데에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피고인 B의 위 자백은 CCTV 영상 등 여러 객관적인 증거들로 인해 형사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는 점을 자각한 피고인이, 피고인 A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을 기회삼아 현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고 양형에 있어 유리한 정상을 인정받기 위해 마지못해 죄책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며 "결국 피고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 사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 법원은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이유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두 사람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두 사람에 대한 보호관찰명령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가운데 누구도 이 사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는데, 이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참담한 결과이고, 피해자의 유족들은 그동안 형언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슬픔 속에 삶을 살아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이 발각된 이후에도 현재까지 피해자와 유족들의 위와 같은 피해는 전혀 회복된 바 없고, 오히려 이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명백한 과학적 증거에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거나, 살해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당시의 충격과 슬픔을 떠올리는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할 당시부터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확정적인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살해에 이르게 된 과정은 다소 우발적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과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강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라며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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