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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의정갈등 명암] 대형종합병원 경영 악화, 관련 종사자 무급휴가 권고 등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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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3개월 가량 장기화되면서 의료계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나 응급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3차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가 차질을 빚으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반면 개원의, 2차 종합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들의 역할은 법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나타난 명암(明暗)을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월 6일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 규모를 발표한 이후 시작된 의료대란이 석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전공의들이 대거 떠난 수련병원들은 경영이 악화되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의료대란의 또 다른 피해자는 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경영 악화가 심화되자 일부 병원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병원이 망할지도 모르는 위기감에 더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의정갈등 명암] 글싣는 순서

1. 제약·바이오, 실적 타격 불가피…임상도 줄줄이 연기

2. 중증환자만 받는 대학병원…진료체계 긍정 신호?

3. 최대 피해자는 환자…응급실 뺑뺑이·진료지연 '악순환'

4. 병원 문턱 높아지자 환자 수 감소…건강보험 재정 개선 효과

5. 대형종합병원 경영 악화, 관련 종사자 무급휴가 권고 등 '불안'

6. 비대면·원격 진료 '탄력'…법제화 기대감

7. 진료지원간호사(PA) 법적 근거 마련될까…보호 방안은

8. '중재'도 '해법'도 없던 정치권…영수회담 후 내놓을 대안은

뉴스핌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빅5병원 중 한 곳인 서울대병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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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무급휴가를 권고하는 것 자체가 근로자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된 곳은 지난 3월 8일 이를 선포한 울산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이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한달 적자가 100~150억 규모로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3월 14일부터는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직원 600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소위 '빅5병원'으로 불리는 수도권 대형대학병원들도 속속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먼저 시작한 곳은 3월 15일 '비상운영체제'를 선언한 서울아산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3월 4일부터 직원들로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악화되는 경영환경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이달 8일부터 19일까지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교수들에게 보낸 단체 메일에서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원"이라며,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순손실은(연말까지) 약 4600억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도 3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홍보실 담당자는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하지 못한다"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4월 매출도 비슷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대병원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서울대병원 본원에서만 월 5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병원 관계자 A씨는 "구체적인 적자 상황이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연말까지 약 56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원의 적자 규모도 상당하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 B씨는 "3월에만 46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면서 "교수들이 쓰러지기 직전으로 진료하고 있다. 권고사직이나 무급휴가 움직임은 없으나, 외래 환자가 줄어서 당연히 커피숍과 식당 등은 예전보다 눈에 띄게 한가하다"고 전했다.

B씨는 "전공의 복귀 없이는 대학병원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며 "국민의 건강, 특히 암 수술 등 중증치료 측면에서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급휴가 권고에 현장 근로자 심리적 압박 상당

이러한 병원 적자 심화에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이들은 병원에서 일하는 현장 근로자들이다. 연일 언론 보도를 통해 병원의 적자폭이 오르내리니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확산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서울아산병원이 도입한 '희망퇴직 제도'를 두고 "그동안 병원의 어려움에 공감해 병원노동자들도 일방적인 제도 도입에 양보해왔지만, 더 이상의 희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9일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미복귀 전공의들과 일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에 방관하지 말고 병원 정상화를 위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며 "이러한 노력 없이 의사 아닌 우리 병원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고통 분담은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본부도 지난달 23일 성명에서 "지금은 비상경영이 아니라 공공의료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른 공공병원 및 시민들과 함께 그 대책을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무급휴가나 무급휴직, 연차 강요가 여러 병원에서 권고 형태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수간호사 등 상급자들이 병원의 경영 상태를 언급하며 휴가를 권유하는 것이 하급자 입장에서 어떻게 강요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박 부위원장은 "그러한 권유를 따르지 않을 시 인사고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사실상 권고를 거부할 수 있는 간호사들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 경영 악화는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무급휴직을 보낼 것이 아니라 노동법에 따라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대화를 통해 전공의들이 하루 빨리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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