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질 석방 대가로 종전 안 돼"
대표단 파견도 "긍정 신호 있을 때까지" 연기
'종전' 여부 놓고 "힘들고 긴 협상 될 듯"
지난 2월 27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묵고 있는 텐트촌이 조성돼 있다. 라파=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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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4일(현지시간) 재개된 가운데 '종전'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마스는 일시 휴전부터 전쟁 종식까지 이어지는 '단계적 종전'을 못 박기 바랐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꺼리면서 난항에 빠졌다.
하마스 "종전 명시 안 된 휴전 못 받아"
하마스의 한 소식통은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단계적으로" 완전한 종전에 이르는 협상안을 놓고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준수하고, 전쟁을 완전히 끝낼 것이라는 국제적 보장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은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보좌관인 타헤르 알-노노는 "모든 휴전 협정은 완전하고 지속 가능한 공격 중단,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대의 포괄적이고 완전한 철수, 피란민의 제한 없는 고향으로의 귀환, 실질적인 포로 교환 거래 등 우리의 국가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신화에 말했다.
협상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종전을 위한 구체적 약속이 명시돼야 한다는 게 하마스 측 요구다. 하마스 관계자는 "종전을 명시하지 않는 한 인질 거래는 없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그러한 협상안에는)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결국 협상 타결의 실마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섬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종전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의 가족과 이들의 지지자들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방문한 지난달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 석방과 미국의 개입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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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마스의 종전 요구로 합의 가능성 떨어져"
하지만 종전은 이스라엘이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종전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면서 "이스라엘은 라파 공격에 전념하고 있으며 인질 석방 협상의 일환으로 전쟁을 끝내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휴전 여부와 상관없이 "라파에 진격해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하마스가 종전 요구를 포기하지 않아 합의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카이로 협상장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이스라엘 관리는 "협상에 '긍정적 움직임'이 있을 때 카이로에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은 힘들고 긴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복수의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휴전과 인질 석방에 대한 큰 틀에 대한 잠재적 합의에 이어 세부적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일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협상을 조심스럽게 낙관하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결렬됐던 이전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6일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에 협상안을 전달했다.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33명을 이스라엘 교도소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900명과 맞교환하고 40일간 휴전한다는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휴전이 성사되면 영구 휴전과 관련한 추가 협상이 개시될 수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내다보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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