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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習, 5년만의 유럽행...'전략적 자율성' 표방 佛 마크롱과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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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4월 7일 중국 광저우의 쑹위안호텔에서 노타이 차림으로 산책하는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환담하고 있다. 쑹위안호텔은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 전 광저우 당서기가 집무하던 관저로 사용됐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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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섰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우방이면서도 대중 정책에서는 ‘전략적 자율성’을 표방하는 프랑스와의 정상회담 결과 등이 특히 주목된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이날 오전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전용기를 타고 첫 방문지인 프랑스를 향해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유럽 단독 순방은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3개국을 방문한 2019년 3월 이후 5년여 만이다.

이번 순방에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물론이고, 시 주석의 비서실장이자 최측근 실세로 꼽히는 공식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중앙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등이 동행했다.

시 주석의 프랑스 국빈 방문이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이뤄지는 만큼 초점은 우호 증진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 견제와 협력을 넘나들며 독자적 노선을 추구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시 주석이 이번 방문을 미국 중심의 대중 견제망에 틈새를 벌릴 기회로 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중국과 무역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은 대국이고 중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미국과 중국이 밀거나 끌어당기는 것보다 프랑스가 미국·중국과 관계를 선택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독립성을 주장했다.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중국 이슈에서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다.

실제 유럽 상당수 국가들은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에 동참하면서도 중국과 경제적 협력의 끈을 완전히 놓는 데는 주저해온 게 사실이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진영이 갈리고 블록화하는 추세라 특히 첨단 산업 분야 등에서 선택의 여지는 점점 줄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와중에도 자율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프랑스의 ‘유연성’을 높이 평가해왔다.

시 주석은 6일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까지 함께 하는 3자 회담도 할 예정이다. 유럽을 끌어당기려는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 이 자리에서 대중 제재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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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하지만 프랑스는 대중 견제 역시 이어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일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프랑스군과 자위대의 상호 파병을 용이하게 하는 ‘상호접근 협정’(RAA) 체결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는데, 중국을 겨냥한 안보 협력의 성격이 짙다.

마크롱 대통령은 무역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예고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중국이 국제무역의 규칙을 존중하지 않고,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유럽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주요 글로벌 이슈에 중국을 참여시키고, 상호주의에 기반을 두는 경제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엘리제 궁은 이밖에도 양국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를 핵심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여름 파리 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는 경기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추진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압박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방중이 오는 15일로 예정된 만큼 중국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에서 일정을 마친 시 주석 부부를 외할머니의 고향인 남부 피레네 산맥으로 초대해 환대할 예정이라고 프랑스국제라디오방송(RFI)이 5일 보도했다. 스페인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피레네 산맥의 투르말레 인근은 마크롱 대통령이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자주 방문해 ‘제2의 고향’으로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양국 정상 부부는 양고기, 흑돼지 햄과 프랑스 타르브 지역의 콩, 치즈 명장 도미니크 부쉐가 엄선한 치즈, 프랑스의 영부인 브리지트 여사가 고른 블루베리 파이 등으로 구성된 프랑스 요리를 즐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피레네 회동은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을 위해 시 주석이 마련했던 광저우 일정에 대한 답례로 마련됐다. 당시 시 주석은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광둥성 당서기의 관저였던 쑹위안(松園) 호텔로 마크롱 대통령을 초대해 봉황단총(鳳凰單叢)과 영덕홍차(英德紅茶) 등 중국 고급 전통차를 대접하며 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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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2018년 1월 시안에서 진시황의 병마용을 관람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에어버스 100대 등 100억 달러(약 10조6000억원)의 계약을 선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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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오폭 현장 중국문화센터 개관식 참석



시 주석은 두 번째 순방국인 세르비아에서 지난 1999년 북대서양조합기구(NATO) 전투기의 오폭 25주년을 맞아 당시 파괴된 중국 대사관 부지에 건립된 중국문화센터 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하 2층 지상 8층으로 건립된 중국문화센터 개관식 연설에서 시 주석이 중·동부 유럽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된다.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러 밀착으로 하락 추세다. ‘17+1’(중국·중부 및 동부 유럽 국가 협력 메커니즘)은 지난 2021년 5월 친대만 성향의 리투아니아가 탈퇴하면서 16+1로 줄었고, 다른 동유럽 국가도 중국과 협력 우선순위를 낮춘 상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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