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독립 기구' 주장하며 감사원과 대립…외부감사 필요성
헌재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결과 이르면 올해 발표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2023.7.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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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감사원이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 비리 의혹을 감사해 전현직 직원 49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 혹은 참고 대상으로 넘긴 가운데, 선관위가 이 과정에서 감사를 방해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두 기관의 갈등은 이번 감사 시작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2022년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이 있었음에도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구'라는 이유로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가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에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를 정확히 하려는 목적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결과가 이르면 올해 나올 예정이다.
5일 정부 및 정치권 등에 따르면 감사원과 선관위의 악연은 202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에 대한 감사계획 발표로 시작됐다.
지난 대선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의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바구니·상자·쇼핑백에 담게 해 시민들이 항의하는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일었다.
이에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에 대한 감사 계획을 세웠는데, 중앙선관위는 "대통령 소속 감사원이 헌법기관에 대해 직무 감찰을 실시하면 헌법기관 직무수행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직무 감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자료 요구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공문을 중앙선관위원장 명의로 발송하며 거부했다.
결국 감사원은 선관위의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자체 점검 결과만 받고,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128명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 재판 관할 법원에 통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선관위가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의혹에 휩싸이면서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당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자진사퇴하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 감사원은 해당 논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이번에도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감사를 거부했지만, 여론이 악화함에 따라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만 감사를 부분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감사원의 직무감사 범위에 대해서는 헌재의 판단을 받겠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최근 해당 감사 중간 수사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감사 과정에서 선관위가 직원 자녀 특혜채용 문제를 숨기기 위해 자료 제출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직원 정보를 누락하며 방해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인 상태다.
감사원과 선관위의 갈등은 법의 모호함 때문이다. 헌법 제97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감찰이 가능하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행정 사무 등을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감사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므로 해당 헌법 조항에 명시된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국가공무원법상 선관위 공무원 인사사무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등을 이유로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법상 직무감찰 예외 대상에서 다른 헌법기관들과 달리 선관위는 명시돼 있지 않아 갈등의 여지가 생겼다.
선관위의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선관위에 유리한 쪽으로 결과가 나올 경우 '자정 작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폐쇄적으로 운영된 선관위는 썩을 대로 썩었다"며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사 의무화와 검찰 조사, 선관위 해체 수준의 강력한 대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권한 쟁의 중이기는 하지만 감사원법에 따른 적법한 외부 감시와 통제 체계가 한 축"이라며 "선관위가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 내부 감시 체계를 확립하고 외부 감사기관 감사를 받으면 문제는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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