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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탐욕’에서 ‘공포’로···‘디지털 금’인줄 알았던 비트코인의 배신[경제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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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1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2024.3.12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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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기본은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파는 것입니다. 지난 3월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한 뒤 조정은 있었지만, 2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고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믿음이 컸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디지털 금’으로도 불린 비트코인의 가격은 반감기(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 이후 하락을 거듭해 8000만원 아래로 떨어질 위기입니다. 당장 투심은 얼어붙었고, 지금이 추가 ‘매수’의 기회일지 ‘손절’ 타이밍일지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파른 추락에 꺼져버린 ‘김치프리미엄’···호재에서 두려움이 된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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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추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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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기준으로 지난 3월14일 1억5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지난 1일 8400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약 50일 만에 가격이 20% 하락한 것이죠.

국내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습니다. 지난 3월 한 때 155억달러에 달하던 업비트의 거래량은 지난 2일엔 32억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3월 한 때 10%가 넘던 김치프리미엄(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의 차이)도 최근엔 2~3%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분석업체 얼터너티브에 따르면 코인시장의 과열 정도를 나타내는 공포·탐욕지수는 지난 2일 44점을 기록하며 ‘공포’수준을 나타냈습니다.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포, 100에 가까울수록 투심 과열을 의미하는데 지난 3월6일 90을 기록해 ‘극단적 탐욕’ 수준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은 공포에 휩싸인 것이죠.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핵심 원인은 그동안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했던 건 반감기의 영향도 있지만, ETF 자체가 만들어내는 사이클의 영향이 컸습니다.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과 수요가 비트코인의 가격에 영향을 주고, 가격이 오르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수요가 커지던 연쇄 구조였던 것이죠.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간 충돌이 격화되며 위기감이 커진데다 미국에서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비트코인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습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ETF도 수요가 감소하며 자금 유출이 본격화한 것이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월에 46억달러가 유입된 것과 달리 4월에는 ETF에서 1억8000만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출됐습니다. 지난 1일에는 처음으로 그동안 자금 유입을 주도했던 ETF인 블랙록 IBIT(iShares Bitcoin Trust)에서도 자금이 유출됐습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ETF에는) 대형 기관보다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이는데, 매크로 환경 등이 좋지 않으면 쉽게 나갈 수 있는 자금들이기 때문에 유출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더군다나 홍콩에서도 지난달 30일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됐지만 자금 유입세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낙폭이 커졌습니다. ETF 자체만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이제 사라져버린 것이죠.

안전자산인줄 알았던 ‘디지털 금’의 배신···위험심리에 폭락하는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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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선물(6월분) 가격 추이.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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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지난 3월만 해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 불리며 안전자산인 금과 같이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기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4월 금은 최고점을 기록한 뒤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 반면 비트코인은 가파르게 추락한 것이죠.

금과 비트코인은 모두 공급량(채굴량)이 제한돼있고, 화폐와 달리 인플레이션에도 자산가치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종 위기상황과 금리인하로 화폐가치가 떨어질 때는 오히려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은 위기상황에선 수요가 감소하는데, 최근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보단 위험자산의 모습을 보인 셈입니다.

이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먼저 통화정책의 분위기가 크게 바꼈습니다. 지난 3월만 해도 미국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3~4번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었습니다. 당시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3월 금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위험 회피 심리보다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금리인상 전망마저 고개를 들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얼어붙었습니다. 더군다나 지정학적 위기는 오히려 고조되면서 금값은 오른 반면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이죠.

또 다른 이유는 반감기가 끝나고 ETF 출시 효과도 사라지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과의) 상관관계가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은 아니고, 비트코인 가격이 절대적으로 많이 오른데다 자체 이벤트 때문에 가격이 빠졌다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안전자산·위험자산 ‘이중성’ 비트코인···앞으로의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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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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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요? 일단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임 연구원은 “이번달에 결정되는 이더리움의 미국 ETF 승인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상자산 산업 측면에선 좋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TF에 대해선 “순유출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매크로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달러 현상의 지속 여부도 미래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홍 연구원은 “달러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면 비트코인이나 금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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