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건, We are Where We are not, plywood, lumber, pine, white oak, 528x548x308(h)cm,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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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갤러리는 봄을 여는 첫 전시로 '이종건 개인전_세 개의 기둥과 하나의 벽'을 개최한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로 설치 작업을 지속해온 이종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피비갤러리의 전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 조각,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이종건 작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시간과 공간이 가지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건축물에서 발견하고 이들이 사적인 공간에서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왔다.
작가는 이상화된 자연을 실내공간으로 이식하고자 했던 문화양식을 탐구하거나 지리적,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타 문화권의 건축양식을 주택에 적용해 사회적 맥락을 이탈한 건축물에 주목하였으며 최근에는 한국근대건축물 중 하나인 구 벨기에 영사관의 기능적, 장소적 변화를 다룬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종건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고정 불변한 것으로서의 공간이 아니라 그곳을 점유하는 사람에 따라 새롭게 변화하고 유동하는 유연한 장소로서의 공간을 탐구한다.
2017년 개인전 이후 피비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이종건은 벽과 기둥이라는 건축의 기본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던 '가변하는 공간의 속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갤러리 내에 위치한 기둥을 모티프로 벽 그리고 아치, 원통형 기둥과 같은 건축적 요소로 치환한 작품을 '세 개의 기둥과 하나의 벽' 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이종건, Bridge of Paradise, engraving on antique hardwood flooring, 8x243x305cm,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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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구조를 상기시키는 이번 작품들은 갤러리 공간을 기존의 화이트 큐브가 아닌 이 공간의 특수한 건축적 특성을 유추하게 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전시작품이 실제 건축의 구조적 기능이나 재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축의 구성요소인 벽은 본래 내부와 외부를 단절하거나 연결시키고 기둥은 하중을 지탱하는 동시에 공간에 중심을 만들기도 하는데, 전시장에 설치된 벽은 세 개의 기둥을 펼치고 서로 중첩해 반복적으로 배치한 벽지로 되어 있으며, 벽지 표면에는 건물 외벽(벽돌), 창살(금속), 문짝(나무)의 재료적 속성과 질감이 시각적으로 남아 있으나 그 반복적인 배치로 인해 단순한 기하학적 구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갤러리의 실제 구조인 기둥은 무늬목으로 덮여있어 특유의 견고함이 사라졌고 아치형태의 벽돌 기둥은 구조적 기능과 상관없이 문이 잘려져 있으며 옆으로 누워있는 원통형의 기둥은 금속의 뼈대만 남아있어 기둥의 본래적 기능과는 거리가 있다. 이들은 모두 건축의 구조를 세우는데 중요한 재료인 나무와 벽돌, 금속으로 제작되었지만 의미와 구조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분리되어 있으며 벽지와 무늬목 같이 일정한 패턴으로 존재해 건축과 그 표면의 모호한 지점에 위치하게 된다.
공간과 구조, 오브제와 공간의 관계를 통해 건축적 혼종과 공간의 유동성을 탐구하온 이종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건축적 오브제를 통해 자신이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열린 영역으로서의 공간과 건축에 대한 사유를 구체화하고 있다. 재료, 형태, 기능이 서로 연결되면서도 연결될 수 없는 모호한 상태를 제시함으로서 실재 대상과 이미지, 외부와 내부, 장소성과 비장소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고정된 의미의 공간과 구조에서 벗어나 그 기능과 역할을 재고하기를 요청한다. 이번 전시는 이종건 작가가 그 동안 연구해온 공간의 유동성에 대한 사유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 '이종건 개인전_세 개의 기둥과 하나의 벽'은 4월 9일부터 5월 23일까지 피비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사진 제공_피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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