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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HBM 전쟁' 불붙었다..SK·삼성의 수직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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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2단 양산 시점 앞당겨

2분기 양산 예고한 삼성전자 맞불

HBM 시장 커지며 양사 경쟁 심화

"HBM 수요 연평균 60% 성장"

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 양산 시기를 올해 3분기로 앞당긴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HBM 전쟁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D램 시장 '만년 2위' SK하이닉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가 내년까지 HBM 물량이 거의 예약돼 있다고 밝히며 AI 개발에 필수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올 3분기에 차세대 HBM(HBM3E 12단) 양산을 목표로 했다고 밝힌 것은 삼성전자보다 앞서 나가기 위한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아경제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은 지난 1분기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2조886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1조91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많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SK하이닉스가 23.2%로 삼성전자(8.25%)의 3배에 가까웠다. 차세대 메모리 생산을 앞당길 수 있는 두둑한 실탄을 더 많이 확보한 셈이다.

이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선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HBM 물량이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대부분 완판됐다고 밝혔다. HBM 6세대인 HBM4 역시 기존에 2026년 양산을 예고했지만 내년으로 양산 시기를 1년 앞당겼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HBM 누적 매출액을 밝히자 그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일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올해까지 HBM 총 매출액이 100억달러 이상일 것이라 밝혔는데, 같은 날 간담회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약 100억달러대 중반, 백수십억 달러일 것"이라고 답했다. 양사 모두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SK하이닉스가 앞서 있음을 내포한 발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SK하이닉스의 자신감 배경에는 미국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자리하고 있다. HBM 시장에서 업계 큰손이자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삼성전자도 HBM 시장에서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HBM3E 8단을 지난달 양산하기 시작한 데 이어 2분기 안에 HBM3E 12단 제품 역시 양산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HBM4의 경우 내년 개발을 마치겠다고 밝힌 상태로, 업계에선 같은 해 양산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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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발언하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경 사장은 최근 사내 행사에서 "AI 초기 시장에선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며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 3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선 고객들이 HBM3와 HBM3E 12단 제품을 원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고객들이 우리와 함께 그 일(맞춤형 HBM4 개발)을 할 것"이라며 HBM4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는 AI 효과로 HBM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되는 만큼 HBM 시장에서 9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양사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D램 시장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62.25% 늘어난 841억5000만달러일 것이라며 이 가운데 HBM 비중이 20.1%(169억1415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D램 시장에서 HBM 비중이 8.4%였던 것과 비교하면 HBM 시장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매출 기준 약 5% 비중이던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 비중이 2028년 61%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곽 사장은 이와 관련해 "HBM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불과 반년 전 대비 HBM 수요 가시성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 시장은 다양한 요인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HBM 수요처가 다변화하면서 연평균 60% 정도의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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