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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무료 배달 뛰어든 ‘3사’…점유율 두고 ‘생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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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하면 나도 한다…‘무료 배달’ 삼국지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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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이 저마다 배달비 무료라는 강수를 들고 온 데는 치열한 점유율 싸움이 자리한다. 물론 배달 플랫폼 사이 마케팅 경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라이더를 차지하기 위해 배달비를 높여 부르는가 하면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집 배달을 도입해 고객 마음 잡기에 나선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경이 조금 다르다. 과거 점유율 싸움 때는 국내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시장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음식 서비스(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000억원.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17년 이후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이 역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달 앱 입장에서는 나눠 먹을 파이가 줄어든 셈이다. 점유율이 조금만 오르내려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앞선 경쟁이 ‘성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배달비 출혈 경쟁은 ‘생존’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유의 ‘낮은 고객 충성도’ 역시 배달비 무료라는 강수를 둔 배경으로 꼽힌다. 저마다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뾰족이 없다 보니 결국 ‘돈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달 플랫폼이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마다 점유율이 오락가락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테이크 전문 브랜드 ‘헤비스테이크’가 직영 8개 매장 배달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연초 70% 수준을 유지하던 배민 매출 비중이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시작한 3월 다섯째 주 60%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 비중은 26% 수준에서 32%까지 늘었다. 하지만 배민이 무료 배달 반격을 개시한 4월 첫째 주 배민 매출 비중이 66%로 증가, 쿠팡이츠는 29%로 줄어들었다.

저마다 무료 배달을 도입한 속내가 조금씩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단순 점유율 확대뿐 아니라 쿠팡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료 배달’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쿠팡이츠 무료 배달 대상은 쿠팡 유료 구독 멤버십 ‘와우’ 회원이다. 기왕 유료 멤버십에 돈을 내고 있는 만큼, 배민이나 요기요보다는 쿠팡이츠를 쓰자는 심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와우 회원 입장에선 이번 가격 인상으로 쿠팡이츠 대신 다른 배달 앱을 쓰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오히려 하게 된다. 무료 배달과 와우 가격 인상을 동시에 진행한 건 쿠팡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은 현재 매출 구조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쿠팡이츠를 비롯해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쿠팡과 달리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80%가 ‘국내 배달 시장’에서 발생했다. 올해 들어 ‘배민 수도권 시장점유율 60% 선이 불안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아한형제들이 초조해졌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 매출 구조로는 출혈 경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배민이 그간 해외 시장 등 수익원 다각화에 집중한 배경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지난해 베트남 현지법인 우아브라더스베트남은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현지 서비스인 그랩 등에 밀려 수년 동안 적자만 낸 탓이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만 55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배민은 지난해 일본 법인도 청산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신사업도 실패했다. 라이브커머스 ‘배민 쇼핑 라이브’는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1년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배민 측은 이용자 확보 어려움과 관련 시장 경쟁 심화 등을 서비스 중단 이유로 밝혔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배달 시장 핵심인 수도권에서 강세다. 배민 입장에서는 수도권 점유율을 더 내줄 수 없으니, 수도권 한정으로 배달비 무료 정책을 펼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혈 경쟁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곳은 단연 요기요다. 요기요는 멤버십 요기패스 가격을 인하하고 무료 배달을 위한 최소 주문금도 없앴다. 여기에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4000원 쿠폰도 지급 중이다. 일각에선 “무리한 마케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만 6000억원을 넘어선 탓이다.

요기요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불가피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추가적인 점유율 하락은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 내렸을 정도로 현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요기요 올해 3월 월간 순이용자(MAU) 수는 약 571만명이다. 전년 동기(736만명) 대비 150만명 넘게 이탈했다. 올해 3월에는 처음으로 쿠팡이츠에 MAU를 역전당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MAU는 한 달에 1번 이상 앱을 켠 사람을 모두 집계한 지표다. 배달업계 실질적인 순위를 매기기 적합하지 않다”며 “서울 수도권 현장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시장점유율을 배민 6, 쿠팡이츠 3, 요기요 1 정도로 보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당장 프로모션 실탄 부담을 주주 자금 지원으로 해결하는 모양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요기요는 지난 2월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주요 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퍼미라 두 곳에서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또 다른 주주 GS리테일은 투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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