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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오레오 크림 양이 왜 이래?”…꼼수 인상 ‘슈링크플레이션’, 과태료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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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함께 낮췄거나 변경 비율 5% 이하면 예외

공정위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 정보비대칭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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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쿠키 ‘오레오’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였다. 오레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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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양이 왜 이래?”

지난해 쿠키 ‘오레오’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레오 쿠키 크림이 줄었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한 것이다. 크림 양이 두 배로 늘었다는 ‘더블 스터프 오레오’에 정상적인 양의 크림이 들었고 일반 버전에는 덜 들어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논란이 지속되자 당시 오레오 제조사인 몬델리즈 측은 “쿠키와 크림의 비율을 바꾸지 않았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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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눈에 보이는 가격 대신 용량을 줄이는 속임수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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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슈링크플레이션(가격 변동 없이 크기와 용량을 줄이는 것)’이 세계적으로 성행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간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그릴비엔나(2개 묶음),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설치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같은 해 12월8일까지 접수된 53개 상품 중에선 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종과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 상품의 용량이 10.0∼17.9% 줄었다. 언론에서 다룬 제품 10개도 추가 조사해 9개 제품의 용량이 준 것을 확인했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올바른 핫도그 등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20.0%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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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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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예방 대책을 내놓았다.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재를 마련한 것이다. 용량을 줄이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슈링크플레이션 행위가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지정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발령했다. 이번 고시 개정으로 물품을 제조하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 등을 축소하는 행위는 앞으로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분류된다.

상품 제조업자는 용량이 축소될 경우 ▲포장 등 표시 ▲제조사 홈페이지 게시 ▲제품 판매장소(온라인 포함) 게시 중 하나의 방법으로 용량이 변경된 날로부터 3개월 이상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의무를 위반할 경우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다만 용량 축소 시 가격을 함께 낮춰 단위가격이 변하지 않거나 용량 변경 비율이 5% 이하인 경우는 고지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번 고시 개정은 기업들이 상품의 용량·규격·중량·개수를 축소하고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부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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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축소 시 가격을 함께 낮춰 단위가격이 변하지 않거나 용량 변경 비율이 5% 이하인 경우는 고지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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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사업자들이 개정 고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개정 고시는 사업자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발령일로부터 3개월 후인 오는 8월3일부터 시행된다.

용량 변경 고지 대상 품목은 가공식품류 80개와 일용잡화 및 생활용품류 39개다. 단위가격 표시의무품목과 한국소비자원 및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가격 조사 대상 품목 등을 참고로 해 실생활에 밀접한 품목이 선정됐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으로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들이 온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인정받는 거래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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