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사위' 24년 만에 장인 지역구 탈환
22대 국회에서 "전기요금 관련 법 바꾸겠다"
편집자주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 의원은 131명이다. 2000년 16대 국회 때 112명 이후 최저치다. 국민은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이들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주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2대 국회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당선인 22인을 소개한다. ①박지혜 ②고동진 ③곽상언
"종로 구민께서 저를 선택하신 것은 정치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명령하신 것이다."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당선인(52)은 '정치 1번지'에서 승리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그로서는 2000년 장인이 국회의원을 지냈던 지역구를 24년 뒤에 이어받았다는 의미도 있다. 종로구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 3명을 배출했고, 정세균·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거쳐 간 지역구라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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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곽 당선인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는 총선 당시 선거를 도왔던 직원들을 비롯해 반려 고양이 '나라'가 있었다. 곽 당선인은 기자에게 '나라'를 쓰다듬어보라고 했다. 그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다둥이 아빠다. 인터뷰 직전까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업무를 보던 그는 이내 웃는 낯으로 자리에 앉아 1시간 30분 남짓 대화를 이어갔다.
곽 당선인에게 '정치에 입문한 계기'를 묻자 그는 "삶으로 응축된 선택"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치 입문 계기를) 딱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제가 정치면에 이름이 나간 지 20년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등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이어 그는 자신의 '꿈'을 언급했다. "개인적인 꿈은 조금 더 세상 이치를 많이 알고 그것을 생활화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제게 주어지는 역할을 충실히 잘하고 그 역할을 계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가 생각하는 공익(公益)과도 연결됐다. 그는 이날 "특정한 일을 하는 것만이 공익이 아니라 내가 지금 맡은 일에서 타인을 더 배려하고 공동체를 위하는 것이 공익"이라고 했다.
곽상언 당선인이 지난달 11일 새벽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마련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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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당선인의 아내이자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정연씨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동네 아주머니가 딸의 친구를 소개해줘서 만났다"며 "아주머니가 매일 공부하는 저를 눈여겨보셨는지,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소개팅 나온 분이 살고 있던 집 바로 옆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나는 그날 처음 아메리카노라는 것을 마셔봤다"며 "(아내는)친구 어머니의 부탁이니 커피 한 잔 마시고 빨리 집에 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저녁도 먹었고 맥주도 한잔했다"고 했다. 그 후 두 달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어떤 것이 그렇게 잘 맞았냐'는 질문에는 "아니, 아무튼 그렇게 결혼하게 됐다. 애 셋도 낳고 시간이 참 빠르다"며 쑥스러운 듯 말을 돌렸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실은 개인적인 관계보다는 대통령으로서의 인식이 강하다"며 "제가 결혼할 당시 당선자 신분이셨고, 곧 대통령으로 취임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장인어른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면 안 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은 권력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가까이 가려고 하고 어떻게든 한마디라도 하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30대 초반의 제가 혹여라도 몇 마디 말로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분의 권한이나 지위를 이용하는 것도 전혀 없었고, 지금도 없다"며 "다만 관찰자로서 어떤 감정으로 특정한 결정을 하는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곽상언 당선인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장인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고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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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서 그는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납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10년간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국에 걸쳐 전기요금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전날인 1일에도 전주지방법원에서 변론하고 왔다고 했다. 그는 주택용 전기에 적용하는 누진세가 전기 요금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고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곽 당선인은 "전기를 발전·송전·배전·판매하는 4개 사업을 동시에 하는 회사는 한국의 한국전력공사뿐"이라며 "생존의 근간이 되는 전기를 가지고 국민들의 지갑을 털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 당선인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신목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뉴욕대 로스쿨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를 다녔다. 그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님 밑에서 집보다는 독서실을 더 자주 드나들며 공부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고 한다. 친척들은 그에게 취직을 빨리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공업고등학교 진학을 권했지만, 그는 인문계고등학교에 입학해 장학금을 탔고 때때로 고마운 인연을 만나 학업을 이어갔다. 서른의 나이로 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후 변호사로 일했다. 그는 그가 쓴 책에서 "오랫동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희한하게 수많은 학교에 다녔다"고 회고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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