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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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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청구서 '채상병 특검'…"낙선 많은 與, 재의결 땐 모른다"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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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기세 싸움이다. 전국 단위 선거 결과는 정국 흐름을 한순간에 바꾼다. 압승한 정당은 선거 공약을 더욱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참패한 정당은 저지에 힘이 부친다. 특히 이번 총선처럼 여당이 참패한 경우, 야당은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한다. 일종의 ‘총선 패배 청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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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상병 특검법안을 상정하기 전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대화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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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본회의에선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이다. 당초 의사일정엔 채상병 특검법이 오르지 않았으나, 민주당은 즉석에서 ‘의사일정변경 동의안’을 제출해 특검법을 상정했다.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지 30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왜 국회법을 무시하느냐” “그러면 안 된다”고 항의하며 퇴장할 뿐 속수무책이었다. 회의장에 남은 의원 168명이 만장일치로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자, 회의장 곳곳에선 박수가 나왔다.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처리한 지 54분 만에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가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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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자 국힘 의원들이 본청 계단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규탄 대회는 8분 10초만에 끝났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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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쟁점 법안의 합의 처리를 주문해 왔던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번엔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자동상정 요건(본회의 부의 후 60일 도과)이 채워지기도 전에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김 의장은 의사일정변경 동의안을 상정하며 “21대 국회 임기가 5월 29일까지이므로 60일 이후를 기다릴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며“신속처리안건 제도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처음부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연했다. 수사 대상에 대통령실이 적시된 데다, 특검 후보자를 변협 회장이 추천한 4명 가운데 민주당이 단독으로 2명을 선정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은 “특정 정당에만 추천권이 부여돼 중립성이 저해되고 혼란만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대구를 방문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관련된 부분은 경찰에서, 수사외압 부분은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수사 결과도 지켜보지 않고 바로 특검을 추진한다는 것은 제도 취지에 잘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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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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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검법에 맞서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다소 무기력했다.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할 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장에 남아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벌인 규탄 대회는 8분 10초 만에 끝났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 했으면 오늘 본회의 개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입장이 나온 건 법안 통과 1시간37분 뒤였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장을 직접 찾았다. 정 실장은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 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이어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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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자 방청하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본회의장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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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최종 자구 검토를 거쳐 특검법을 정부에 이송하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법안을 공표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부 안팎에선 1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논의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달 말 한 차례 더 열리는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오늘(2일)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해야 혹시 (윤 대통령이) 재의를 요청해도 27, 28일에 재의결을 해서 21대 국회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 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의원 296명 전원이 출석할 경우 19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산술적으로는 국민의힘 의원 113명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재의결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재의결 투표가 무기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의원 113명 가운데 55명이 불출마·낙천·낙선 등을 이유로 곧 국회를 떠난다는 점도 변수다. 김웅 의원처럼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의원이 추가로 늘어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낙선 의원은 “오늘은 ‘나가자’는 말에 우르르 일어났으나, 다음에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 찬성 여부를 떠나, 공천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이 10여명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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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낙선 의원의 본회의 불출석도 변수다. 예컨대 국민의힘 의원 26명이 불출석하면 재의결 정족수는 180명으로 낮아진다. 야권 의원만으로 재의결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22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영남권의 여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5월 말에 본회의가 열리면 나는 불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채상병 특검법을 이태원 특별법처럼 일부 독소조항을 제거한 채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제3의 해법’를 거론한다. 하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용산 대통령실도 거부권 이외의 선택지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혹여 이달말 재의결에 실패해도 22대 국회에서 다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해 여권의 부담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오현석·김기정·박태인·김정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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