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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강제 북송 재개한 中, 북·중 야만에 침묵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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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전국탈북민강제북송반대국민연합 회원이 2023년 8월 7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근처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동포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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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자국 내 구금 시설에 가둬 놓았던 탈북자들을 지난주 기습 북송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송 규모는 적게는 50~60명, 많게는 100~200명이라고 한다. 국정원은 “이번 중국 당국의 탈북민 추가 강제 북송 가능성을 지속 추적해왔다”며 이 보도들을 부인하지 않았다. 작년 10월 중국 당국은 코로나 봉쇄 3년간 구금한 탈북자 2000여 명 가운데 500~600명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기습 북송해 국제적 지탄을 받았다. 이를 의식해 잠시 보류했던 탈북자 북송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해외 체류 탈북민들이 자유 의사에 반하여 강제 북송돼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면서도 중국에 대한 공개 대응은 하지 않았다. 이달 중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를 위해 중국 정부를 설득 중인 상황에서 이 문제가 돌출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탈북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를 이런 식으로 넘길 순 없다. 정부의 침묵을 중국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탈북민은 굶주림을 피해 탈출한 국제 난민이다. 이들에게 북송은 지옥행이다. 고문·폭행을 당하다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중국은 난민 지위 협약과 고문 방지 협약에 가입했으면서도 이들을 북송해 왔다. 사람을 사지로 보내는 것이다. ‘문명국’은 허울이고 야만 국가다. 야만 국가는 상대가 침묵하면 야만적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 자성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야만적 행태를 끊임없이 고발해야 한다. 중국은 공산당 독재 정권이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세계와 무역을 해야 하는 나라다. 국제사회의 평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연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을 향해 “탈북민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길 권고한다”고 했을 것이다. 이런 일 자체가 처음이었다. 역대 한국 정부가 탈북민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에 대해 ‘조용한 외교’로 일관했던 점에 비하면 눈에 띌 만한 변화였다. 지난 2월엔 외교장관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탈북자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대답이 추가 북송이었다. 쉬쉬하며 침묵할 상황이 아니다.

올해는 북·중 수교 75주년이다. 중국이 탈북민들을 김정은에게 ‘선물’로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탈북민들도 순차 북송될 수 있다.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1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과 중국의 야만 행태에 침묵할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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