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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공시 참여·작성, 기업 ‘자율’에…효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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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제고”…금융위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공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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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관련 비재무지표 포함
미래 지향성 담는 것에 초점 맞춰

기업 인센티브·페널티 불분명
테마주 이용 ‘무분별 공시’ 우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사들에 연간 1회 등 주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쪼개기 상장’이나 대주주의 일감 몰아주기 등 지배구조 이슈가 있을 경우 시장에 설명하도록 했다.

하지만 참여 여부부터 작성 내용까지 전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어서 지배주주에 불리한 공시는 감출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2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기업가치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상장기업이 자발적으로 중장기 목표와 추진 계획이 담긴 비전보고서를 만들어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공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장기업은 시장환경, 리스크 등을 분석해 자사 특성에 맞는 주주환원 내역을 포함한 재무제표와 일반주주 권익 제고 등 지배구조 관련 비재무지표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장사들은 미래 목표와 달성 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매년 주기적 공시를 통해 계획 이행 노력도 고시해야 한다. 다만 목표 달성에 실패해도 불성실공시로 처벌되지는 않고, 불가피할 경우 정정공시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투자자들이 투자에 적극 활용하면서 공시 우수 기업과 미이행 기업 간의 차이가 발생해 자율적인 시장 압력이 생겨 동참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밸류업 관련 세제 혜택도 발표해 주주환원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계획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내부 가치 제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국도 이를 의식해 가이드라인에 모자회사 중복 상장, 감사인의 분리 선출 등 지배구조 관련 지표를 기술하도록 했지만, 어떤 지표를 기술할지는 상장사가 결정하게 돼 있다. 지배주주 입장에서 불리한 내용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그만인 셈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율공시와 세제 인센티브를 요구해왔는데 기업 요구는 대부분 수용된 반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회피할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의무 공시도 내용이 빈약해 효과가 없는데 자율공시면 더 효과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기업들이 잘나가는 테마가 있으면 그것도 하겠다고 중장기 계획에 공시해 애꿎은 개미들은 그걸 보고 몰리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센티브나 페널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당국은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제대로 공시하고 투자자와 소통하는 기업이 소수일지라도 정부는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작성 과정에 참여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공시를 하는 기업과 하지 않는 기업 간 투자자들 관심과 반응에서 차이가 생기면 저절로 공시에 대한 압박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도록 하는 등 주주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1명에서 전원으로 늘릴 필요가 있고, 주주대표 소송 활성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회사 정관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의 권한을 통제하고 일반 주주의 감독과 규율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민·윤지원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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