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軍 드론 2026년까지 2배 확보... 가성비 뛰어난 ‘사제’ 드론 대대적 배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가 2일 고도화하는 북한의 무인기(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무기 체계를 2026년까지 현재 대비 2배 이상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도입이 지지부진했던 상용 드론을 대대급 이하 모든 부대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용 드론은 군용 드론에 비해 위력은 작지만 공격 무기로 쉽게 변신할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 상용 드론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이란 등 중동 분쟁에서도 공격 무기로 활용되면서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조선일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27일 도네츠크 인근에서 정찰용 드론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제4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드론 전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예산 투자를 확대해 국내 상용 드론 보급을 활성화하고 전력화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국방혁신위는 “우리 군은 2026년까지 현재 대비 2배 이상 수준의 드론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간 대대급 이하에는 정찰 드론만 있었지만, 대인·대전차 공격 능력을 갖춘 소형 드론도 보급될 전망이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전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한반도에서도 앞으로 ‘드론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평상시 자폭(自爆) 드론을 비롯해 많은 소형 드론을 확보해놓고, 유사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는데, 국방혁신위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군 드론 보급률은 미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도입 결정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혁신위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놓아 다행”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날 “드론 전력의 신속한 강화를 위해 국내 상용 드론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 것도 도입에 시간이 걸리는 군용 드론을 별도 제작하는 것과 함께 민간 상용 드론을 소폭 개량해 군사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우크라이나군은 약 50만원짜리 중국 DJI 제품 등 소형 상용(민간용) 드론을 활용해 수십억원짜리 러시아 전차를 파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도 이처럼 가격이 저렴한 민간용 ‘가성비’ 드론을 일부 개량해 군 전력으로 활용하게 될 전망이다.

조선일보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달 30일 도네츠크 인근에서 야간에 러시아군을 공격할 수 있는 공격형 드론 '뱀파이어' 시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군 대대급 이하 부대는 이러한 공격형 드론을 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국방혁신위 회의에서는 드론을 ‘무기’가 아닌 ‘장비’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됐다고 한다. 과거에는 드론을 K2 소총 같은 무기로 봤다면, 앞으로 총알(5.56㎜탄)로 보고 일종의 소모품처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최근 중동 충돌에서 드러난 현대전 양상을 반영한 논의”라며 “고가(高價) 드론을 애지중지하며 제대로 훈련에 활용도 못 하던 우리 군 입장에서는 큰 발상의 전환”이라고 했다. 실제로 드론이 보급된 일부 군부대에서는 고가의 드론이 망가지거나 분실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국 왕립 합동 군사연구소 등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이후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한 달에 드론을 1만대까지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혁신위는 민간 드론 도입과 더불어 기존 군용 드론 도입도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024~2028 국방 중기 계획’을 발표하고 북한의 드론 도발에 대응한 탐지-식별-타격이 통합된 무인기 방호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무인기를 잡는 무인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규 무기 체계를 개발·도입하는 절차를 단축하고 관련 예산을 더 늘릴 전망이다.

우리 군이 무인기 전력을 확충하게 될 경우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 강화를 넘어 일종의 비대칭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 방공망에 이란 드론이 모두 격추된 것을 보면 북한 무인기는 우리 수도권에 큰 위협이 되기 어렵다”면서도 “북한 방공망은 소련 붕괴 이후 발전이 더딘 상태라 우리 무인기 공격에 취약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 포(砲)로는 공격이 어려운 후면 경사면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 타격 및 산악 지형 적 진지 공격에도 무인기 공격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우리 군에는 지금까지 소형 공격형 드론이 없었는데 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또 방위력 개선비(국방예산 중 전력 증강 비용)의 1% 수준인 무기 체계 성능 개선 예산을 5% 수준까지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김동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