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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시위와 파업

[필동정담] 美대학가 反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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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할리우드 영화 '추억'은 주인공 케이티(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분)가 대학 캠퍼스에서 군중 연설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케이티는 스페인 내전(1936~1939)에서 쿠데타 세력인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에 맞서 힘없는 좌파 공화 정부를 소련만이 돕고 있다며 미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유럽 파시즘 쌍두마차였던 독일·이탈리아는 대놓고 프랑코를 지지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중립을 외치면서도 공산주의에 반대해 프랑코 뒤를 봐줬다.

미국 대학가는 다양한 인종 용광로인 만큼 국제 전쟁은 학생들 관심사다. 미국 개입을 놓고 찬반 논의와 시위가 빈번하다. 1968년 베트남전과 2003년 이라크전에 대한 미군 참전 반대가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것이다. 이들 전쟁 모두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쏟아붓고도 소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페인 내전 역시 학생과 지식인들 희망과 달리 끝났고, 프랑코 집권 후 스페인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놓고 반전(反戰)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컬럼비아대를 비롯해 30개 이상 대학으로 번져 지금껏 1000여 명이 체포됐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인질 납치에 대한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장기화되고 과격해진 데 따른 것이다.

학생 대다수는 미국 정부가 인명 살상을 멈추지 않는 이스라엘을 계속 두둔하는 데 반대한다. 공정과 인권, '정치적 올바름'에 민감한 청년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무자비한 공격과 뻔뻔한 발언을 참기 힘들다. 근본적으로는 나라에 따라 차별 대응하는 미국 대외정치의 '이중 잣대'가 숨겨져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의 거친 행보와 이로 인한 미국 내 반감은 악재 중 하나다. 하지만 유대인 표 계산에 분주한 정치권은 선뜻 '반이스라엘'을 떠들 분위기가 아니다. 바이든은 팔레스타인 공격을 멈춰 달라고 사정만 할 뿐이다. 결국 결정은 막가파 네타냐후에게 달렸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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