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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반도체도 전기도 돈도 없다”… AI연구 손놓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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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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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들에서조차 인공지능(AI) 연구 환경이 크게 낙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연구개발에 필수인 최신 칩 확보부터 확보한 칩을 운영하는 것까지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부족, 전력부족, 긴 심의절차가 AI 연구를 막고 있는 장애물이다.

2일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A 교수는 “AI 연구를 위해 자체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모으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은 언감생심”이라며 “엔비디아에서 최신 모델이 나와도 빅테크가 모두 ‘싹쓸이’ 하고 나면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시기는 6개월 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상 열등한 자원을 갖고 경쟁하게 되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과학기술에 특화된 대학의 B 교수는 “‘소라’와 같은 최신 생성형 AI모델을 개발하려면 엔비디아 최신 칩인 H100이 필요하다”면서 “최신 칩을 구하지 못해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구입한 게임용 GPU를 이용하려고 했다. 이 경우 개발까지 최소 8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와 AI 연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예산이 부족한 경우도 태반이다. 칩 가격이 폭등하는 ‘칩 인플레이션’을 연구비 지원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통상 대학 교수들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GPU 구매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는다. 연구 장비가 1억 원이 넘는 경우 국가연구시설장비센터(NFEC)의 심의를 받아한다. 하지만 심의 신청을 하고 심의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2, 3개월 정도 소요된다. 김종원 GIST AI 대학원장은 “최근 AI 연구현장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8장 정도 모아야 연구가 가능하고, 8장짜리 칩과 서버 구매 가격만 5억 원에 육박한다”며 “비용이 커지면서 절차적인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 칩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이번엔 전력를 만나게 된다. AI를 연구하고 있는 서울 시내 대학의 컴퓨터학부 C교수는 “학교 내에서 교수들이 직접 발품을 팔며 전력이 남는 건물을 찾아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캠퍼스 전체 전력 가동량이 90%에 달해 더 이상 여분 전력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2021년 말 한전과 전력 수급 추이를 예상한 결과 2026~2027년경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라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GPU 등 연구장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전력 증설을 요구했지만, 당시 추가 증설이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종원 원장은 한국 주요 대학들의 AI 연구 현실에 대해 “세계 연구자들이 ‘대포’로 전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기관총’으로 연구하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대학 자체적으로 대규모 연구할 만한 GPU 칩 수급과 전력 확보 등이 어렵기 때문에 대학 공동으로 ‘슈퍼컴퓨팅 공용 센터’ 등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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