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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아침 학식 이용 3배 늘어” 국민대생 마음 잡은 ‘천원의 아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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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북구·정부·서울시와 함께 하는 국민대 아침밥 지원사업 2년차

지원금 증가로 식수 2배 늘리고, 과일·두유 등 후식 주 4회 제공


국민대생 “원하는 학생은 다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평일 180명, 시험 땐 250명 선착순

오픈 전 70명 줄 서, 30분 만에 매진

“건강 습관·경제적 보탬, 지속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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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 지원사업이 대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 정부 지원단가와 지자체 예산은 두 배 정도 증가했다. 지난해 2학기에 이어 올해 3월부터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하는 국민대 역시 정부와 서울시·성북구의 지원금 증가로 식수와 후식 횟수를 2배로 늘렸다. 지원사업은 아침 식사 학생 수가 이전에 견줘 3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4월19일 오전 8시 성북구 국민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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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안 먹던 아침밥을 학교에서 다 먹네요.(웃음)”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3학년 이영성(24)씨는 울산 출신으로 학교 인근에서 자취한다. 지난해 2학기부터 종합복지관 학생식당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먹어왔다. 이씨는 “싫어했던 야채 반찬을 요즘은 즐겨 먹고, 평소 거의 못 먹는 과일도 먹고 있다”며 좋아했다.

국민대 천원의 아침밥은 선착순이다. 하루 식수가 매진되면 기존 학식 금액(3500원)으로 먹어야 한다. 오전 8시 전 학교에 오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밤에 이전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이씨는 “덕분에 식습관도 생활습관도 바뀌었다”며 “아침을 안 먹는 날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수업 집중도 안 돼 요즘은 거의 (아침밥을) 챙겨 먹고 있다”고 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식사를 거르기 쉬운 대학생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1천원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아침 식사 습관을 기르도록 돕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 사업을 신청하면 농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에서 선정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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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식당 앞 키오스크에서 천원의 아침밥 메뉴를 선택해 결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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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처음 시작한 사업에는 2022년 28개교, 지난해 144개교가 참여했다. 올해는 186개교에서 정부가 2천원, 광역·기초 지자체가 1천~2천원을 지원하면 학생이 1천원,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국민대의 경우 한 끼에 정부가 2천원, 서울시와 성북구가 각 1천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2학기에 시작해 석 달 동안 운영했고, 올해는 3월부터 12월까지(방학 제외) 진행한다. 예산 규모도 3배 넘게 커져 지난해 약 3700만원에서 올해 1억1천여만원으로 늘었으며, 대학 자체 지원금도 약 4배 늘었다. 예산의 80% 정도가 지원금이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한 전국 대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40개교 5711명을 대상으로 농식품부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아침밥의 중요성을 느꼈다’의 응답자 비율은 90.4%에 이르렀다. ‘건강한 식습관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90.5%로 높았다.

실제 국민대에서도 학생식당에서 아침밥을 먹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 기존 하루 조식 인원은 40~60명 정도였는데, 지난해 2학기 천원의 아침밥 사업으로 100명이 됐다. 올해는 지원 예산 증가로 180명으로, 시험 기간에는 250명까지 늘려 제공한다. 매진 뒤 기존 학식 금액으로 먹는 학생도 적잖이 있어 하루 평균 200명 정도 아침밥을 먹는다. 영양사로 일하는 한 직원은 “보통 판매 한 시간 안에 매진되고, 시험 기간엔 과방이나 도서관에서 밤샘하는 학생들이 있어 더 빨리 동난다”며 “아침 먹는 학생이 예전보다 3배 정도 늘어 천원의 아침밥 효과를 실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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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인 유학생이 배식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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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반기고 있다. 김현진 국민대 학생처장은 “특히 지역 출신 학생들의 부모 반응이 좋다”며 “서울에 보낸 자녀가 끼니를 잘 챙기는지 늘 걱정했는데, 아침밥을 먹게 돼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에게는 아침밥을 먹는 게 생활 속 작은 목표가 되고, 이를 실행하는 경험으로도 이어지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서울 소재 대학의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율은 5%대로 저조했다. 대학 8곳이 모여 있는 성북구에서는 고려대 한 곳뿐이었다. 성북구는 지역의 다른 대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대학들의 재정 부담이 줄어들게 성북구가 별도로 예산 일부를 지원할 의향을 밝혀, 5개 대학(국민대·동덕여대·서경대·성신여대·한성대)의 동참을 끌어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서울 자치구 가운데 기초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가장 먼저 시작해 행정 절차 등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의미도 컸다”며 “지난해 6개 대학에서 약 13만 명의 학생에게 든든한 아침을 제공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 2년차 사업 추진을 하면서 4월19일 성북구는 ‘천원의 아침밥’ 운영 현장을 살펴보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국민대 학생식당 앞에는 오픈 20분 전부터 학생들이 줄을 서면서 이내 70여 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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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천원의 아침밥 메뉴는 밥과 국, 반찬 3~4개, 후식으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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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기간이라 과방 등에서 밤샘하고 온 학생부터 백팩을 메고 통학하는 학생, 외국인 유학생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8시가 되자 차례로 키오스크에서 천원의 아침밥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했다. 식당 안 배식대에서는 영양사, 조리사 등 5명이 나눠주는 음식을 받아 식판에 올렸고, 마지막엔 모바일 앱 학생증 태그로 재학생 인증을 했다. 검은색 앞치마를 한 정승렬 국민대 총장과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식판에 올려주는 친환경 사과 한 개를 받은 뒤 자리를 잡고 식사했다.

이날 식사 메뉴는 소고기 미역국, 제육볶음, 계란프라이, 콩나물 무침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 구청장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학생들을 보니 (예산 지원을)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 총장은 “올해 예산 증가로 제공 인원수도 늘리고, 매주 과일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올해 국민대는 밥과 국, 반찬 3~4개가 기본인 백반의 한 끼 식단 예산을 오천원으로 천원 올렸다. 두유, 요구르트, 사과 등 후식도 주 2회에서 4회로 늘렸다. 법과대 3학년 박다솔(22)씨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단돈 1천원으로 영양가 있는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냐”며 “삼각김밥보다 싼 값으로 따뜻하게 식사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나 건강 면에서도 정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에이아이(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 4학년 류병하(23)씨는 “집밥 느낌이 나, 먹고 나면 하루를 지낼 힘이 난다”고 했고 소프트웨어학과 3학년 정찬우(23)씨는 “110점을 주고 싶을만큼 만족하고, 활력소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건축대 4학년 배소윤(22)씨는 “원하는 학생들이 다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식수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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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로 성북구청장(오른쪽)과 정승렬 국민대 총장이 4월19일 오전 8시 학생식당에서 천원의 아침밥 후식인 친환경 사과 배식을 하고 있다. 이 구청장과 정 총장은 이날 학생들과 아침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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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는 천원의 아침밥이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본다.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한 식습관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 형성으로 이어지며 넓게는 학습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승렬 총장은 “양질의 식단으로 구성해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재원 확보에도 다각적인 측면에서 준비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북구는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에 대한 지원, 소상공인들과의 상생 등도 고려하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성북구의 올해 예산 지원금은 2억5600만원이다. 지원 기간과 식수가 증가해 지난해보다 1억1100만원 늘려 편성했다. 이승로 구청장은 “지역 상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아침밥 사업 관련 근무자의 일하는 환경도 고려하며, 최대한 많은 청년에게 혜택이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한편, 종로구·도봉구 등도 지난해 지역 대학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도 지원을 이어간다. 종로구는 지역의 성균관대·상명대·배화여대 등 3곳에 예산을 지원한다. 지난해 2학기 3개월 동안 3천만원을, 올해는 1학기와 2학기를 합쳐 6400만원을 지원한다.

도봉구의 덕성여대는 행사 방식으로 진행해 올해는 6~12월 중 20회 ‘천원의 아침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회당 100명을 대상으로 모두 2천식이다. 도봉구는 한 끼에 1천원, 모두 20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새롭게 지원에 나선 광진구는 3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역의 건국대와 세종대 아침밥 사업에 함께하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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