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예상 밖 전개-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강렬한 무대… 뮤지컬 ‘이프아이월유’(If I Were You)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복수는 어떻게 완성될까. 예술가는 작품을 위해 어디까지 행할 수 있는가.

초연 중인 2인극 창작 뮤지컬 ‘이프아이월유’(If I Were You)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배경은 1945년 경성. 소설가 이수현은 실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연작 소설을 써서 유명해졌다. 마지막인 열두 번째 작품으로 갈채를 받으며 마무리하고 싶지만 슬럼프에 빠진다. 소설을 게재할 신문사에 원고를 보내면 돌아오는 건 다시 쓰라는 혹평뿐이다. 점점 초조해지는 이수현 앞에 작가 지망생 강인호가 나타난다. 강인호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소설을 쓰라며 솔깃한 제안을 한다.

세상을 뒤흔들 소설을 쓰고 싶은 욕망에 몸부림치는 이수현, 소중한 이를 잃은 강인호는 서로를 날카롭게 탐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은, 빠르게 치고 나오는 이야기로 곧바로 빗나간다. 극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서로의 실제 모습과 목적을 알아낸 둘이 어떻게 이수현의 집이자 집필실이라는 한 공간에서 위태로운 공존을 해나가는지 궁금증을 갖고 지켜보게 만든다.

동아일보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아트로버컴퍼니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극본을 쓴 정찬수 연출가는 “사람들은 범죄의 본질보다 자극적인 면을 보고 많은 것을 잊는다”며 “잊혀진 존재를 드러내고 죄의 본질을 탐색하려 했다”고 밝혔다. 다만, 살인 사건과 이를 다룬 소설을 소재로 한만큼 이수현의 민낯이 밝혀지는 과정이 좀 더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다져지면 좋을 듯 하다. 강인호가 이수현에게 제안한 새 소설의 아이디어도 보다 구체적이고 신선하면, 이수현이 강인호를 경계하면서도 결국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에 힘이 실릴 것 같다. 복수의 과정은 개연성을 강화하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 배우가 뿜어내는 열기는 무대를 꽉 채운다. 이수현은 오종혁 정원영 백인태가 연기한다. 강인호 역은 황민수 원태민 조성태 차규민이 맡았다. 정원영은 초조하고 불안해하다 점점 광기에 휩싸이는 이수현을 맞춤으로 연기한다. 여러 작품에서 햇살 같은 미소를 보여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원태민은 커다란 아픔을 지닌 채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강인호를 절절하게 표현한다.

“사건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등 주요 가사와 중독성 높은 멜로디는 공연장을 나온 후에도 계속 귓가를 울린다. 고풍스러운 무대와 조명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6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3관.

동아일보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아트로버컴퍼니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