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는 대미국 수출이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보다 24.3% 증가한 114억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9개월 연속 플러스다.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9.9% 늘어난 105억 달러로 2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겼다. 양대 수출국에서 모두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변화 추세가 한층 뚜렷해졌다. 한중 수교 이후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었지만 지난해 12월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월간 기준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했다. 이어 올 2월부터 석 달째 같은 양상이다. 미중 간 공급망 경쟁에 따라 한국의 수출 지형도 바뀌고 있는 흐름이다.
주력 품목인 자동차와 IT가 이끈 4월 수출 성적표가 더없이 반갑지만, 각종 지표와 국제정세는 우리가 대비해야 할 ‘리스크’도 분명히 보여준다. 당장 미 대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시 내밀 ‘청구서’가 걱정이다. 트럼프는 최근 타임지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언급하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또 트럼프는 모든 외국산에 10%포인트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가 ‘부자 나라’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은 상품을 팔고,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꼴을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지난해 연간 445억 달러, 올 4월 54억 달러였다. ‘트럼프 청구서’에 방위비 뿐 아니라 한국산에 대한 관세·규제 조치, 미국산 수입확대 등 각종 요구가 빼곡히 담길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해도 대중 통상 갈등은 확대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철강·알루미늄에 3배 인상한 관세를 권고했다. 미국이 중국에 통상압력을 강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적자인 한국의 대중 무역 수지는 더 나빠질 수 있다. 대중 무역 적자는 지난해 180억 달러, 4월 43억 달러였다. 정부는 미 대선 리스크에 대비해 대미 무역 협상력을 키우고 수출선을 다변화하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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