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만든 공수처 건너뛸 건가…참사 정치화 안돼"
총선 패배 후 거부권 행사 부담…의장 움직임 등 국회 상황 주시
삼정검 수치 수여식 마친 윤석열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대통령실은 2일 야당의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채상병특검법) 강행 처리 예고에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국회 상황을 주시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특검을 '만능 카드'인 것처럼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 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 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기류도 감지된다.
그러나 야당 주도로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를 가정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김 의장이 여당 반대를 무릅쓰고 채상병특검법을 무리하게 상정하지 않으리란 관측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여야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일부 수정해 합의한 것과 관련해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안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달리 해석하면 여야 합의 없이 통과한 법안에 대해선 필요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를 단정하기에는 대통령실이 고민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다음 국회에서 덩치가 더 커진 야권이 채상병특검법을 재추진할 것이 분명한 상황도 대통령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상병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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