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20대 여성 B씨가 생전 전 남자친구인 A씨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모습. /사진=뉴스1(유족 제공) |
부산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 여성을 여러 차례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전 남자친구의 첫 재판이 열렸다. 남성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2일 뉴스1에 따르면 전날 부산지법 형사7단독는 특수협박과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퇴거불응 등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지난해 10월 6일 오전 5시 3분쯤 전 여자친구 B씨 주거지를 찾아 이별 통보를 받은 데에 격분해 "자살하겠다, 죄책감 갖고 살아라"라는 메시지와 유서 사진을 전송해 B씨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12월 9일 B씨가 다른 사람과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화가 나 그의 집 인근에 머무르면서 오후 3시까지 13시간 동안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고, 365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지난해 8~12월 사이 B씨가 헤어지자는 의사를 보일 때마다 주거지를 찾아 와인잔을 깨뜨려 자해하거나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B씨를 상대로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공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말다툼을 벌이다 의자를 던진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 1월 7일 오전 2시 30분쯤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9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당시 B씨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A씨였다.
사건 직후 유족 측은 타살을 주장했으며, 유족 측 변호인은 자살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재판을 방청한 B씨 모친은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딸이 억울하고 허망하게 죽었다"며 "그날(B씨가 추락사한 1월 7일) A씨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딸이 떨어져 죽을 일은 없었다"고 흐느꼈다.
이어 "딸이 A씨한테 맞았다는 것을 지난해 12월 28일에서야 알았다"며 "3일 뒤 만난 딸한테 왜 맞고 있었냐 물으니 '헤어지자 했더니 때리고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면 또 때리고 오뚜기처럼 (맞았다)'이라고 하면서도 이젠 헤어져서 괜찮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B씨 여동생도 "지금까지도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가해자의 오만함에 다시 한번 분통이 터진다"며 "창틀에 매달려 살려 달라 애원하는 언니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엄벌해달라"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평소 본인 누나가 배우이고, 아버지가 법조계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B씨가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상황이고, 기소된 사건과 피해자 사망의 관련성을 아직 알긴 어렵다"며 "검찰 측에서 추후 피해자 사망이 구형이나 양형 등에 반영될 필요성이 있는지 의견을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변사 사건에 대해 경찰은 오는 9일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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