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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잔소리' 누나 살해 후 농수로에 버린 남동생…발인 때 영정 들고 시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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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범행 뒤 여친과 여행 [사건속 오늘]

아버지 "죽은 딸도 죽인 아들도 내 자식…" 묘지·구치소 방문 오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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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과소비'를 탓하는 친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농수로에 버린 뒤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민 남동생이 있다.

누나의 시신이 범행 4개월 이틀 만에 발견된 뒤 치러진 장례식에선 누나 영정 사진을 들고 침통한 표정을 짓는 등 부모 친척들을 속여 넘겼다.

이런 아들을 위해 재판정에 선 아버지는 "죽은 딸도, 누나를 죽인 놈도 다 내 자식"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면서 흐느꼈다.

◇ 영장 심사 5시간여 만에 구속…왜 죽였냐, 사이 나빴냐 질문에 묵묵부답

2021년 5월 2일 인천지법 영장전담재판부(남해인 재판장)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 씨(27)에 대해 심사 5시간여 만에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20년 12월 19일 오전 2시 50분쯤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 B 씨(30대)를 살해한 뒤 같은 달 28일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농수로에 버린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A 씨는 '누나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나', '자수할 생각 없었나',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이라는 등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부모 대신한 누나, 툭하면 외박· 카드 빚· 사치 일삼는 동생 야단…'네가 뭔데 잔소리' 살해

B 씨는 경북 안동에 있는 부모를 대신해 남동생을 건사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이런저런 잔소리를 했다.

2020년 12월 18일 밤, A 씨가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자 "뭐가 되려고 이렇게 사냐, 툭하면 외박하고 필요 없는 물건 사들이고, 네가 진 카드 빚이 얼마인 줄 아냐"며 질책했다.

A 씨는 "그만하라"며 짜증을 냈다. 이에 B 씨는 "아직 정신 못 차렸다"며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동생의 잘못을 꺼내 보였다.

그러자 A 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찾아 흉기 끝이 부러질 때까지 누나를 마구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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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시신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 장소 궁리…범행 5일 뒤엔 여자 친구와 성탄 이브 여행까지

일을 저지른 A 씨는 대형 여행용 가방에 누나 시신을 담아 우선 아파트 옥상 공용창고로 옮겼다.

겨울철에 접어든 관계로 부패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고 또 추운 날 옥상에 올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노린 A 씨는 시신 유기 장소를 찾기 위해 살인 사건 및 시신 유기와 관련된 기사 검색에 나섰다.

그러면서 누나 살해 5일 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여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대담한 면을 보였다.

A 씨는 범행 10일째인 12월 28일 새벽, 시신이 든 여행용 가방을 빌린 차에 실은 뒤 인적이 드문 강화도 석모도로 갔다.

시신이 든 가방이 물 위에 떠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가방 안에 소화기, 페인트 통 등을 잔뜩 집어넣은 A 씨는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농수로 옆으로 가 밀어 넣었다.

당시 농사철이 아닌 관계로 농수로 주변엔 인적이 끊겨 A 씨의 범행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누나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 SNS에 글 남겨…누나 이름으로 대출받아 펑펑

A 씨는 B 씨 휴대전화에서 유심을 빼내 다른 휴대전화에 옮겨심은 뒤 B 씨 이름으로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또 '사치하지 말라'는 누나의 가르침을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B 씨 이름으로 600만원을 대출을 받아 인터넷 쇼핑을 하고 배달 음식을 사 먹었다.

또 B 씨 휴대전화로 360만원을 소액 결제해 사들인 게임 아이템으로 밤늦도록 게임을 했다.

부모가 '누나가 왜 연락이 없냐'고 궁금해할 때면 '누나 바쁜 모양이다'며 얼렁뚱땅 넘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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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실종 신고…누나 휴대전화로 '지금 남친과 여행중' 문자

그러던 중 아버지 C 씨는 두 달째 전화 통화도 되지 않는 딸을 이상하게 여겨 2021년 2월 14일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이 사실을 안 A 씨는 담당 경찰이 B 씨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자 누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모님이 오해한 것 같다. 남자 친구와 여행 중이다'는 문자를 보내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

아울러 자신이 B 씨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한 내용을 캡처해 담당 수사관에 넘겨주기도 했다.

A 씨는 부모에게도 이런 방법으로 '누나가 장기 여행을 간 것 같다', '잘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안심시켜 4월 1일 실종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 시신 유기 후 매일 '석모도' '시신 유기' 인터넷 검색…범행 4달 2일 뒤 시신 발견

A 씨는 시신을 석모도 농수로에 버린 뒤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석모도' '시신 유기' '시신 발견'을 키워드로 한 인터넷 검색을 실시했다.

2021년 4월 21일 농사 준비를 위해 농수로 점검에 나섰던 마을 사람에 의해 발견된 B 씨 시신은 물에 부푼 상태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이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 살해된 시기는 '12월 중순'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인천 경찰청은 수사 전담반을 편성 범인 검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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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농수로에 유기한 남동생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21년 5월 2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A씨는 범행 4개월 여 뒤인 지난달 21일 인근 주민이 친누나 B씨의 시신을 발견해 112에 신고하면서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4개월간 범행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하면서 며칠 간격으로 시신 유기 장소인 '강화 석모도'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주기적으로 검색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2021.5.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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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사망 소식에 통곡하는 부모, 누나 살해한 남동생은 버젓이 누나 영정 들어

경찰로부터 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C 씨 부부는 오열했고 A 씨도 슬픈 표정을 짓는 척했다.

부검이 끝난 직후인 2021년 4월 25일 B 씨 시신은 화장 절차를 거쳐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발인과 안장식 때 누나 영정사진을 들고 맨 앞에 선 A 씨가 범인이라는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B 씨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결과 A 씨가 범인이라는 결정적 증거들이 속속 나왔다.

경찰은 A 씨가 B 씨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고 숨진 B 씨 이름으로 SNS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이 그것이었다.

◇ 남동생, 뉴스1 등에 "실종 신고 없었다는 기사 내려라, 아니면 법적조치" 협박…

B 씨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A 씨는 누나 장례식을 마친 이틀 뒤인 4월 27일 뉴스1, MBC 등에 항의를 가장한 협박 메일을 보냈다.

A 씨는 뉴스1에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틀렸다 기사를 내려라", "보도된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사실이 아닌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듣는다는 것 자체가 신경이 예민해지고 허위사실 유포 내용을 보면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 "다른 기자들에게도 전달해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A 씨는 뉴스1 담당 기자가 '실종신고 했는지 안 했는지 경찰에 확인해 보자'고 하자 "경찰이 실종신고를 안 했다고 하더냐"며 경찰 수사 상황을 떠보기까지 했다.

◇ 경찰, 시신 발견 8일 만에 남동생 범인으로 특정…형사대 안동으로 급파 검거

인천 경찰청은 시신 발견 8일째인 2021년 4월 29일, A 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안동으로 형사대를 급파해 부모와 함께 있던 A 씨를 검거했다.

29일 밤 수사본부가 꾸려진 인천 강화경찰서로 압송된 A 씨는 취재인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A 씨가 공개석상에서 입은 연 건 1심 재판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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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마음 알아보지 못했다" 반성…아버지 "오전엔 아들 면회, 오후엔 딸이 잠든 가족공원"

A 씨는 2021년 7월 13일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상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를 걱정해 줬던 누나를 살해했다"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했다.

이어 "누나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원망스럽다"며 고개 숙였다.

증인석에 선 아버지 C 씨는 "딸이 부모를 잘못 만난 탓으로 고생만 하다가 꿈도 제대로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동생에 의해 하늘나라로 갔다"며 오열했다.

C 씨는 "오전엔 아들의 면회를 하러 가고 오후엔 딸이 잠들어있는 가족공원으로 가고 있다"며 "그래도 못난 아들이 저희 품에 빨리 돌아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엎드렸다.

◇ 아버지 "험한 마음 먹기도 했지만 아들 누가 돌볼까 싶어…"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이다"며 아들 선처를 호소한 C 씨는 "미칠 것 같아 세상을 등지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러면) 아들놈을 건사할 사람도 없고, 가족공원에 혼자 외롭게 있는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러질 못했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검찰은 △ 누나를 흉기 끝이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버린 점 △ A 씨가 범행 5일 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간 점 △ B 씨 명의로 대출을 받는 등 최소한의 반성의 태도를 보였는지 의심스러운 점 △ 과연 A 씨가 B 씨의 친동생일지 의문이 들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혹한 점 등을 들어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A 씨는 2021년 8월 12일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자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당해 옥살이하고 있다. A 씨의 만기 출소일은 2051년 4월 29일이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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