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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美 제재에도... 구글·애플에 도전하는 中 화웨이의 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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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하모니 넥스트’ 공개… 글로벌 OS 경쟁 ‘2차 대전’

2021년 독자 운영체제(OS)인 하모니를 내놓은 화웨이는 지난달 차세대 버전인 ‘하모니 넥스트’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모니 넥스트는 애플의 iOS처럼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원하지 않는 폐쇄형 OS다. 이미 스마트폰에서 많이 사용하는 앱 4000개 이상이 하모니OS용으로 개발됐다. 화웨이 측은 “앞으로 하모니 생태계 앱을 백만개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OS를 운영했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제재 이후 안드로이드 사용이 어려워지자 화웨이가 중국 내에서 자체 OS로 활로를 찾아나선 것이다.

모바일·가전 기업들이 자체 OS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전에는 이 시장을 양분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를 자사 제품에 탑재해 사용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 업체들은 자체 OS 개발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뿐 아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 업체들은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AI 가전’을 운용하기 위한 OS를 개발하고 있다. 이 OS의 성능에 따라 자체 제품의 성능도 좌우되는 만큼, OS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OS를 잡아야 팔린다

소프트웨어가 스마트폰과 PC뿐만 아니라 가전이나 자동차 등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중요해지면서 OS 경쟁은 전방위에서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 워치나 가상현실(VR) 기기와 같은 웨어러블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자동차, 집에도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하면서 기기 간 연결성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제품, 자동차에도 하모니 OS를 적용해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모니 출시 초기 1%도 안 됐던 글로벌 OS 점유율은 지난 4분기 4%대까지 올라갔다. OS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화웨이는 중국에서 벗어나 하모니 넥스트의 세계 진출도 예고했다.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높은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에도 화웨이의 OS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OS를 먼저 확산시켜 생태계를 만들어놓는 경우도 있다. VR 기기 ‘메타 퀘스트’로 VR 시장을 선점하려는 메타는 지난달 말 메타 퀘스트를 구동하는 호라이즌 OS를 다른 하드웨어 제조 업체에도 공개하고, 앱 마켓도 같이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오픈 소스로 풀어서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VR 생태계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전방위로 확산한 OS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TV를 중심으로 OS 확장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OS 시장에서 쓴맛을 봤던 타이젠을 TV에서 되살리고 있다. 타이젠 OS 플랫폼을 적용한 삼성 스마트TV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연결 대수 2억7000만대를 넘어서며 단일 브랜드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TV용 콘텐츠 서비스 ‘삼성 TV플러스’와 디지털 미술 작품 구독 서비스 ‘아트 스토어’가 대표적 타이젠 OS 기반 서비스다.

LG전자는 ‘웹 OS’라는 이름의 자체 OS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2010년대 스마트폰 사업을 할 때도 삼성전자와 달리 자체 OS를 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TV 전용 OS인 웹 OS를 만들었다.

가전 업체들이 자체 OS를 개발하는 것은 자사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자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TV의 경우 자체 OS를 통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사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웹 OS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 스토어와 같은 콘텐츠 스토어를 통해 게임, 교육, 뉴스 등 1000여 개 앱과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고객 분석을 통해 광고주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LG전자는 지난달 25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웹 OS’가 고성장을 지속해서 연 매출 1조원 수준이 전망된다”며 “웹 OS 수익성은 TV 하드웨어 판매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른 제조사들과도 협업해 자사 OS를 공급하며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RCA, 아이와(AIWA), JVC 등 400개가 넘는 TV 제조사가 LG전자의 웹 OS를 채택했다.

☞운영체제(Operating System·OS)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기기를 통제하고 여러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MS의 윈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 등이 대표적이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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