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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美 대학가 반전시위 격화… 바이든 재선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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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역서 체포 1100명 넘어서

학생 시위 장기화 대선 앞 부담 가중

민주 지지 진보 유권자 이탈할 수도

바이든, 시위보다 시스템 더욱 중시

베트남전 당시 시위대에 “멍청이들”

5월 중 2개 대학 졸업식 연설 주목

시위대 직면 땐 입장표명 불가피할 듯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확산하면서 11월 대선을 치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놓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위보다는 시스템을 중시하는 제도주의자로서 본인의 정치적 정체성과도 어긋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최루탄 방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우산과 방패 등으로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막고 있다. 플로리다=AP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108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뉴욕에 위치한 컬럼비아대에서 체포된 후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1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30일 보도했다. 동부 코네티컷에 위치한 예일대에선 22일에만 48명,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선 24일에만 93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여름방학이 곧 시작되지만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68년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베트남전 반전시위와 이번 사태는 닮은 점이 많다. 대외정책을 매개로 대학가의 정부에 대한 저항이 나타났다는 점이 그렇다. 당시 민주당은 경찰이 시카고대 학생들을 무참히 진압하는 모습이 언론을 탄 뒤 패배했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제도주의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베트남전 반전 시위를 대했던 태도는 현 사태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NYT는 1968년 뉴욕 시라큐스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시위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2007년 그의 회고록을 근거로 그가 당시 캠퍼스 반전시위대를 보고 “저 멍청한 놈들(assholes) 좀 봐”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현재로선 바이든 대통령이 시위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시위가 계속되면 분명한 입장을 선택하기를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폴리티코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관례에 따라 몇 주 내로 2개의 대학 졸업식 연설을 하게 되는데 그때 시위대를 직접 마주칠 가능성을 참모들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5월은 미국 대학의 졸업 시즌이다.

반전 여론은 대학가뿐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세계적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이날 미국에서 지난 1분기 85억6000만달러(11조87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 줄어든 수준이다. 스타벅스는 공식 부인에도 지난해 하반기 전쟁이 시작된 이후부터 이스라엘에 자금을 지원하는 친(親)이스라엘 기업이라는 주장이 확산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29, 30일 이틀간 진행된 오차범위 약 3%포인트의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등록유권자 중 40%의 지지율로 39%를 기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근소하게 앞섰다. 최근 진행되는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률의 지지율을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 역시 반전 시위 등의 영향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에선 등록유권자의 28%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8%는 제3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난항이 계속되면 이 부동층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모처럼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희망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이 최근 협상 초기 단계에서 석방을 요구하는 인질 수를 기존 40명에서 33명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협상이 타결되면 양측은 10주간의 휴전에 들어간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하마스를 위해 테이블에 놓인 이 제안(협상안)은 이스라엘이 신의(in good faith)를 갖고 협상한 것”이라며 “하마스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커비 보좌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피란민이 집결해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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