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분류된 난민 5000여 가구…2022년比 4배
"난민 지위를 획득한 사람 실패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비극"
프랑스 칼레 인근 상가트에서 한 무리의 이주민들이 작은 배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려다 실패한 후 임시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3.08.10/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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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들이 난민 지위를 획득한 뒤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난민 지원단체들은 영국으로 이주한 난민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정부 시스템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30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영국에서 노숙자로 분류된 난민 가구는 지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많은 5000여 가구를 기록했다.
잉글랜드 지방의회는 2023년 한 해 동안 9580가구가 망명 신청자 수용 시설에서 떠나면서 노숙자로 전락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기준 3340가구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영국 정부산하 주택균형발전공동체부는 난민들이 주거지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하반기에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망명 신청자는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내무부가 마련한 숙소에서 머물 수 있다. 심사에 통과하면 난민 지위가 인정돼 일을 하거나 국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얻으면 망명 신청자 숙소에서 지낼 수 있는 자격을 잃게 되고 28일 동안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겨우 얻은 사람이 28일 안에 일자리와 주거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난민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인 난민위원회의 엔버 솔로몬 위원장은 난민에 대한 현행 주거 지원 제도와 관련해 "비현실적"이라며 "빈곤과 노숙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BBC에 말했다.
솔로몬 위원장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기한을 최소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난민 노숙자의 급격한 증가는 새로 난민 지위를 획득한 사람들이 실패하도록 만드는 시스템 장애의 비극이지만 충분히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지난 8월 영국 정부는 난민 신청자가 거주 허가증을 받은 시점이 아니라 난민 지위 인정 통지서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28일을 세기 시작했다.
난민들은 지위 통지서를 받고 나서 거주 허가증까지 받아야만 직장을 구하거나 은행 계좌 개설할 수 있는데 지위를 인정받은 시점으로부터 28일 기한을 센 탓에 일주일 만에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영국 정부는 2022년 7월 이전에 접수된 모든 망명 신청자의 신청서를 처리하겠다는 리시 수낵 총리의 발표에 맞춰 2023년 하반기 동안 난민 지위 결정 건수를 대폭 늘렸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인정된 망명 신청자 심사 결정 건수보다 더 많은 수치였고 결과적으로 기록적인 보조금 지급과 더 많은 난민 노숙자가 발생했다.
영국 지방정부협회의 한 관계자는 "시의회가 망명 신청자들의 밀린 청구서를 처리하면서 주택 상담과 지원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용 가능하고 저렴한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은 망명 신청자 수용 시설을 떠나는 사람들이 이사할 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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