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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끊이지 않는 공개매수 직전 주가 급등… 미공개 정보 유출 논란[금융팀의 뱅크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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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장사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면서 공개매수 형태로 대주주 외 지분까지 사들이려 했어요. 그래서 증권사 몇 곳과 논의를 했는데 그 이후부터 A사 주식의 거래량이 치솟고 주가도 뛰었습니다. 저희가 당초 생각했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주가가 형성됐고, 결국 거래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의 고위 관계자)

동아일보

현재 공개매수 절차를 진행 중인 ‘락앤락’의 간판 상품인 유리 밀폐용기. 대주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락앤락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여 상장폐지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공개매수 계획을 밝혔습니다. 락앤락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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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매수 계획을 공표하기 직전 의문의 대량 매수세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선행 매매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같은 미공개 정보 유출 논란 등이 한국 증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지적합니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사안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지만 물증이 뚜렷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반복되는 공개매수 정보 유출 의혹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쇼핑몰 ‘다나와’의 운영사 커넥트웨이브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4% 급등한 1만7880원에 마감했습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커넥트웨이브 주식을 공개매수한 뒤 자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힌 점이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공개매수란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상장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통상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 유인을 높이기 위해 현재 주가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을 제안하는 편입니다. MBK파트너스 역시 커넥트웨이브의 공개매수 단가를 주당 1만8000원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공개매수 공고가 올라오기 직전에도 주가가 폭등했다는 점입니다. 커넥트웨이브의 지난달 26일 종가는 전일보다 18.6% 높은 1만5570원이었습니다. 거래량은 192만6085주로 전 영업일(4만7188주) 대비 무려 40배나 많았습니다.

현재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락앤락의 주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주주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공고하기 전날인 지난달 17일, 락앤락 주가는 전일 대비 11.6%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의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단계에서도 직전 3영업일 동안 18.62% 상승한 바 있습니다.

● 해결 방법 마땅치 않아 문제

소액 주주들은 정보력에 바탕을 둔 이 같은 거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라고 지적합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다수의 공개매수 거래 전날 특정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순매수가 대량으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IB 업계에서는 기업이 공개매수를 검토하기 시작하면 관련 정보가 구조적으로 외부로 샐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개매수 신고서, 설명서를 작성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려면 사실상 국내 증권사가 주관을 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개매수 주관사 자리를 놓고 대형 증권사들이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자연스럽게 퍼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여의도 증권가, 수백억 원을 굴리는 전업 투자자 등 금융권 정보에 빠삭한 이들이 ‘소문과 함께 베팅’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도 공개매수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을 잘 인지하고,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진 계좌 위주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나 주주들의 생각처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가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동아일보

강우석 경제부 기자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과거 문제가 제기된 공개매수 사례들에선 관련 정보를 1차적으로 인지, 취득하는 공개매수 주체와 주관 증권사에서는 혐의가 거의 포착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거래가 빈번히 이뤄진 계좌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살펴보고 있지만 조사가 쉬운 영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최근 공개매수 절차에 돌입한 기업에 대한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발각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반복되는 ‘공개매수 직전 주가 급등’ 현상이 진짜 불공정거래의 일환일지, 증권가 소식에 빠삭한 ‘빅마우스’들의 저돌적인 주식 투자 전략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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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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